기독 서적 리뷰

십자가에서

읽고쓰고나누고 2021. 3. 13. 19:50

십자가에서 리처드 보컴 지음 트레버 하트 그림 (고양: 터치북스, 2021)

 

  이 책은 부제로 ‘예수님을 만났던 사람들이 본 십자가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보다 더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11명이라는 의미 있는 인원을 만나보게 됩니다. 12명의 제자를 택하셨으나 그 중 한 명이 사라져버린 상황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문제의 인물이 등장하지 빠진 것인가라는 생각을 가져볼 수 있지만 책의 두 번째 장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인 신학자 리처드 보컴과 트레버 하트의 그림을 통해서 어떤 묵상의 자세를 그리고 어떤 모양의 삶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먼저 베다니의 마리아가 등장하게 됩니다. 또한 가룟 유다가 등장합니다. 한 명은 기록되어 그 일이 널리 기념되길 명하셨던 사람입니다. 반대로 한 명은 불명예스럽게 기록되어 전해집니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수제자라 불렸던 그러나 저주까지 했던 실패자 베드로를 보게 됩니다. 또한 엮이기 싫어하던 가야바도 등장합니다. 강력한 로마의 권력을 갈망했지만 나약했던 빌라도를 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되짚어보기도 바빴을 사형 예정이었던 바라바, 도대체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킨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고민 하였을 구레네 시몬도 있습니다.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았던 막달라 마리아도 그 유명한 고백의 백부장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다시 태어날 수 있겠냐 물었던 니고데모는 예수님의 시체를 담대하게 왕으로 예우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평범한 제자도 등장합니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되짚어 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로 걸어가며 베드로를 바라보시는 순간, 실패한 메시아가 비참하게 실패한 제자를 바라보시는 순간, 바로 그 십자가의 길 위에서 베드로는 진정한 제자로서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된다. 73쪽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절망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전적인 실패 후에 전적인 의존이 가능해짐을 말하는 역설적인 종교입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 절망 가운데 있는 낮은 곳으로 내려가셨다. 마리아가 끔찍한 고통을 겪었던 일곱 귀신이 있는 감옥에 들어가셨고, 아우슈비츠에서 산 채로 불에 타 죽은 아이들의 시체 사이에 누우셨다. 예수님은 끔찍한 일을 당하고 난 뒤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는 부모들의 무감각해진 마음을 함께 나누셨다. 예수님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립된 감옥의 어둠 속에서 죄수들과 함께하셨고, 더 많은 이들이 어둠의 권세에 굴복할수록 점점 짙어지는 보스니아와 르완다의 어둠 가운데 함께 계셨다. 158-159쪽

 

  낮은 자와 함께 하신 주님을 기억합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십자가의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절망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한줄기 빛이 될 수 있기를 위로의 손길을 줄 수 있기를

 

  이 책을 통해서 특별히 사순절이라는 기간 안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는 눈빛들과 그 십자가의 의미,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내려다 보셨던 것을 생각하도록 도와줍니다. 그저 말로만 “예수를 나의 구주삼고”라고 한다든지 혹은 예수는 그냥 위대한 성인이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가 지니는 의미에 대한 성찰을 가져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더 십자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읽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반응형

'기독 서적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게 왜 이러세요?  (0) 2021.05.17
팀 켈러의 부활을 입다  (0) 2021.04.18
인생 잠언 / 지혜편  (0) 2021.03.08
이제는 놓아줄 시간  (0) 2021.02.27
겨울을 견뎌낸 나무  (0) 202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