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이야기가 만나다 안용성 지음 (서울: 새물결플러스, 2020)
어쩌다보니 올해에 들어서고 난 뒤에 요한계시록을 두 번째 읽게 되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역본을 다르게 하여 보게 된 경우였습니다(새 번역과 개역개정). 그러한 가운데에 안용성 교수님의 신간을 이벤트 당첨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관례처럼 여겨져 오던 세대주의적인 해석이 아닌 서사로 바라보는 계시록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을 안고서 읽게 되었다고 할까요.
처음 마주하게 된 책의 인상은 보통의 주석이나 해설서, 신학 서적과는 다르게 엄청 친절하게 작성된 목차(도표와 그림에 대한 목록까지 기술해준)와 평신도 및 요한계시록에 대한 선이해가 적은 저 같은 사람을 위하여 용어 해설이 책의 도입 부분에 수록되어 있으며, 친절한 참고 자료 목록이 포인트입니다. 또한 저자만의 특유의 표현으로 ‘층위’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 용어는 소설에서의 액자구성이라는 기법과 비슷한 느낌을 가져다줍니다. 물론, 묵시문학적 장르라는 특성이 있기에 플롯이나 모티프, 수미상관적 구조 등이 등장합니다.
먼저, 책은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요한계시록의 구조와 그 해석을 담고 있으며 2부에서는 본문의 해설이 뒤따르고 있는 형태입니다. 워낙 책의 도입부에서 이 책의 앞으로 펼쳐질 부분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기에 참고하시면 편안한 독서 여행이 되시리라고 생각합니다(40-41쪽 참조). 그러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책에서는 요한계시록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음과 같은 네 개의 관점으로 설명합니다. 미래주의 관점과 전역사적 관점, 그 시대적 관점과 초역사적 관점으로 이야기합니다. 각각의 관점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라고 보거나 아니면 전체적으로 보는 것과 계시록이 기록되던 시대의 상황으로 혹은 역사를 넘어선 부분까지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론으로 요점 반복 이론이 등장하며, 이는 또 다시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누어서 볼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그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7중주 유형, 동심원 유형, 내포 유형 이에 대해서는 저자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오해의 소지가 일어나서는 안 되리라 생각하기에 말입니다. 다음으로 계시록은 묵시문학적인 작품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서 그 안에는 묵시종말론이 들어있음을 설명합니다. 그 무엇보다 이 책의 주요한 특징을 살펴봅니다. 바로 책의 제목인 ‘두 이야기가 만나다’라는 주제로 저자 특유의 서사 방식의 관점입니다. “요한계시록의 서사 구조를 이해하는 관점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세대주의 해석과 요점 반복 이론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38쪽)이라 저자분이 직접 요약을 해주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두 이야기가 만나는 것일지 궁금해집니다.
중심 줄거리가 기본 토대를 이루며 진행되며, 삽입부가 곁들인 이야기로 흐르다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에서 벌어지는 하늘의 이야기와 아래에서 벌어지는 땅의 이야기가 나뉘어 흘러가다가 다시 만나는 구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요한계시록 4-22장의 종말 환상 이야기는 크게 보면 중심 줄거리와 삽입부의 두 흐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흐름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시작되어 제각기 진행되다가 한 곳에서 만난다.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으로 보면 종말 환상 이야기는 하늘 어전에서 시작되어 하늘과 땅으로 나뉘었다가 다시 만나서 초월적인 새 예루살렘 공간으로 합류한다. 39쪽
이와 같은 이해를 토대로 2부에서는 요한계시록의 각 부분을 살펴보기에 일반적인 주석서보다는 얇지만, 기본적인 해설은 깊어진 상태라 생각하게 됩니다. 서사 구조를 놓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도표와 그림은 평신도에게도 그리고 논지를 놓치기 쉬운 요한계시록 자체의 특성에 대해서 환기를 시켜주는 고마운 장치입니다. 그렇기에 요한계시록이 더욱 가깝게 다가올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요한계시록은 오늘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말씀이지만 우리에게“만” 의미 있는 말씀은 아니다. 요한계시록은 오늘 우리에게 오기 전에 일차적으로 소아시아 일곱 교회에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61쪽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쉽게 놓치는 것 중에 하나가 우리가 읽고 있는 성서의 독자가 누구였는지를 환기시켜주는 문장입니다. 성서와 우리 사이에는 엄청나게 떨어져있는 시간적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성서가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의미 있는 말씀이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다음과 같은 저자의 문장을 통해서 세대주의적인 아집을 깨어버릴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하게 됩니다.
요한계시록에는 “휴거”나 “7년 대환난”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91쪽
심판은 하나님의 존재에 포함되는 일부일 뿐이다. 131쪽
그리스도인들은 종종 교회 밖의 영역을 가리켜 “세상”이라 부른다. (중략) 그러나 이렇게 교회와 세상을 둘로 나누는 것은 성경에 부합하지 않는다. 성경이 말하는 중립적인 세상은 믿는 사람들과 믿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한다. (중략) 중립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세상은 교회의 안과 밖에 동시에 걸쳐 있다. 그러므로 교회 밖의 영역을 가리켜 “세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경의 용법과는 전혀 다르다. 162쪽
하나님은 우리를 세상“으로부터”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신다. 163쪽
자칭 성경을 사랑하며 성경적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드리는 일침이지 않을까 생각하여 봅니다.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며 그 분의 존재하심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우리에게 있는 것도 아닌, 오직 하나님의 열심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가 아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행하실 것이기에 말입니다. 그렇기에 저자의 다음 문장은 책의 끝맺음에 등장하며, 신앙인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여 봅니다.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 하나님 아닌 다른 것들이 우리 주님 노릇을 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요한계시록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431쪽
진정 마라나타를 외치고 싶으시다면 요한계시록에 대해서 세대주의적이지 않은 이해를 추구하신다면 일독해보시기를 권하여 드리며
<이 책은 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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