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것 강영안 지음 (서울: IVP, 2020)
고등학생 시절, 수학보다는 국어가 좋아서 선택했던 문과 계열로의 삶은 지금의 나로 만들어갔다. ‘문학’, ‘작문’과 같은 과목들을 통해서 보다 더 글을 읽고 이해하며, 나누려고 노력하는 나로 변하게 한 시간들…. 어려서부터 반복해서 봤던 창세기의 요셉이야기 때문일까. 등장인물과의 동일시를 일찍이 겪어온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시선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독자와 저자 사이에 벌어져 있는 간극. 텍스트를 바라보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얼마나 다른 차이를 보여줄지 궁금했다.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시다’라는 글을 통해 배웠던 국어 시간의 기억이 떠오르듯이 띄어쓰기가 존재하지 않는 글을 나만의 방식으로 읽는다면 여러 종류의 해석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성경이라는 고대부터 내려오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여기에 더하여 성경은 경전이기에, 문학의 형식을 두루 갖춘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기에, 번역된 책이기에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읽기의 중요성, 텍스트란 무엇인가에 대한 함의, 과거와 현재의 독서법, 치우쳐지기 쉬운 서양의 방식으로만이 아닌 동양을 포함한 독서에 대한 설명, 활자에 대한 부정적 입장과 긍정적 입장의 대립 등 다채로운 주제를 통해서 알아가는 ‘읽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책의 도입부에는 저자의 친절한 안내가 적혀 있다. 각장에서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핵심적인 소개와 다시금 정리하여 설명하는 역시 교수님다운 글이기에 “톨레 레게”(짚어 들어서 읽기)하시기를 권하여 드린다. 직접 마주하여 만나게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말이다.
좋은 글을 읽고 좋은 생각을 한다고 좋은 사람이 되지는 않습니다. 225p
아무리 좋은 내용(콘텐츠)을 책이 가지고 있어도 이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나와는 상관이 없고, 내 것으로 소화한 다음에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래서 위의 문장은 텍스트를 넘어서 나에게 다가온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나눌지라도 삶으로 나타내지 않으면 완성된 독서가 아니라고 말하는 저자의 반복된 강조를 떠올리게 된다. 또한 야고보서의 말씀이 떠오르게 된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가짜라는 것이 말이다.
‘이미’와 ‘아직’의 카이로스를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이기에, 지금 여기에 있는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간극을 좁혀나가야 하지 않을까. 성경을 많이 아는 것보다 하나를 읽고(혹은 듣고) 이를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 더 나은 그리스도인의 스티그마(흔적)일 것이다.
레슬리 뉴비긴과 저자의 일화가 떠오른다. 반복해서 나오는 내용이기도 하거니와 성경을 열심히 본다고 하는 복음주의자들을 향한 일침이기에 더욱 생각이 난다. 복음주의자들은 성경을 외우고 성경을 인용하지만 성경을 읽지 않는다. 즉, 삶으로 성경을 써내려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이와 다르게 저자는 우리들교회에서 행했던 강연을 주제에 대한 예로 들고 있다. ‘앎’과 ‘삶’이라는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노력하는 목회자와 성도들의 삶을 강연의 문답과 담임목회자의 저서를 통해서 들여다본다. 개교회의 특수성과 성경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가 기본이 되어야만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쯤에서 나의 삶을 돌아본다. 말씀을 듣는 것으로, 읽는 것으로 끝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삶을 예배로 혹은 날마다 주님과 함께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그리고 죄송함을 갖게 된다. 혹여 주님께 누가 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 것도 아닌 존재를 위해서 이 땅 위에 오셨던 예수. 예수님을 나타내는 십자가를 본다. 십자가는 수직과 수평으로 놓여 있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은혜와 이웃을 향한 사랑을 살아내라고 보여주고 있는 십자가를 날마다 상기해야겠다. 그래서 삶으로 나타나는 읽기의 완성을 만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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