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 본 믿음 레이첼 헬드 에반스 지음 (서울: 바람이불어오는곳, 2023)
무언가를 세어본다는 것은 내가 받은 것이 많기 때문이거나 혹은 추억을 돌아보고 싶어서 하는 행동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만나게 되는 순간들은 달콤하거나 아프거나 혹은 살콤한 시간이 아니었을지.
되돌아보면 너무나도 소중했던 순간들이 없어지기 전에. 내 곁에 담아둘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좋은 사람일 테다. 이런 향기(페퍼민트, 체리 아몬드, 향신료 등)를 각인해서 나에게 들려준 여성을 이번에 만났다. 레이첼 헬드 에반스다.
작은 것, 하나에도 시선을 두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그녀는 신정론의 질문을 던지는 여성의 신발을 바라본다. 또한 예수께서 신으셨을 샌들을 보게끔 만든다. 바이블벨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강력한 신앙과 교육을 받았던 그녀가 ‘헤아려 본 믿음’은, 삶을 과거에 멈추게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진화하도록 이끌었다. 신앙도 한 자리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돌이켜보면 믿음은 주어지는 것임을 쉽사리 놓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C.S. 루이스의 <헤아려 본 슬픔>이 생각나는 제목을 통해서 슬픔과 믿음은 어떤 면에서 같고 다른지 생각하게 된다. 너무나 많아 보이는 슬픔(믿음)이 사실은 단 하나였음을 깨닫게 되고, 그 슬픔(믿음)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게 아니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감을 배워가는 것이었다.
여느 일요일 아침에 어떤 목사는 자신의 회중더러 원수를 사랑하라고 강권할 것이고, 다른 목사는 로마서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칠 것이며, 또 어떤 목사는 살아 있는 방울뱀을 손으로 잡음으로써 믿음을 표현하라고 가르칠 것이다. 어떤 교인들은 예배 때 흠정역만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 반면,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으로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 75쪽
단순하겠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위처럼 여러 종류의 믿음과 삶을 보여 준다. 삶의 자리에 따라서 달라지는 모습처럼 믿음은 가변적이거나 아니면 저자의 표현대로 ‘우주의 추첨’을 받아서 주어진 것일까.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을 선택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선택된 세계관이 있을 뿐이다. 116쪽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책이기에 삶의 자리를 인정하는 글을 보게 된다. 근본주의적 신앙의 터전에서 복음주의로, 어느새 회의론자로 갔지만 다시금 믿음으로 나아가는 길, 그 길은 험할 수도 있고, 절망적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나주시는 그분임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마다 예수님을 조금씩 다르게 경험하기 때문에, 진리는 관계성을 뜻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구체화된다고 나는 믿는다. 256쪽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대답하기보다 다시금 질문하셨던 예수님을 성경을 통해 보면서 질문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 믿음의 질문이 나를 보다 더 신앙인으로 진화(혹은 업그레이드)시켜 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저자의 다음 문장에 동의하게 되고 조금은 일찍 이 세상에서 떠나간 그녀가 아쉽기도 하다. 현대인의 신앙에 좋은 안내자가 될 수 있었을 테니.
절망을 초래하는 정도의 아주 심각한 의심은 하나님께 질문을 시작할 때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질문하기를 멈출 때 시작된다는 것이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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