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서울: 해냄, 2015)
『눈 먼 자들의 도시』를 통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작가의 마지막 작품을 읽으며 생각해본다.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표현된 현실과 과거 혹은 미래의 모습은 인류가 그럼에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작가의 그 글을 통해서 이어지게 된 이번 작품과의 만남은 나에게 카인, 그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었다.
이 소설은 개역개정판 성경에는 ‘가인’이라고 번역된 이름을 ‘카인’이라고 표기했다. 영어의 발음대로라면 카인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무엇보다 소설이라는 특성으로 어느 한 종교에 대한 폄훼가 아님을 표현해야 하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 다른 작품인 『예수복음』은 신약에 대한 저자만의 독특한 재해석을 담고 있다면 (아쉽게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번에 읽었던 작품은 구약에서도 특별히, 창세기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혹시 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닌지를 묻는 것처럼.
과연 인류의 시작은 어떠했으며, 사피엔스가 주류가 되기 위해서 이루어졌던 일들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 있을까. 모조리 살육해야 했던 것들이 숨겨진 것은 아닐까. 아니면 신화로 포장되어서 당대의 피비린내를 정당화시키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그 죄 의식을 없애려고 많은 일들을 감내해왔는지 모르겠다.
소설로 촉발된 삶에 대한 과거에 대한 반성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오로지 신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 하지 않고, 회개 했다고 넘어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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