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6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 이숙경 지음 (고양: 인사이트브리즈, 2023) 영혼이 성장하는 시간은 평생에 걸침이 아닐까. 그렇다고 모두 다 성장하기 위해서 달려가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내지르지 않더라도 광속으로 나아갈 테니까. 그렇기에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랑하면서, 서롤 보면서, 서늘해지고, 살아 내 본다. 이숙경 작가의 작품을 여럿 읽으면서 항상 어느 부분에선가는 차갑고, 무겁고, 관능을 꿈꾸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항상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그려내는 특유의 문장이 다가온다. 이 소설에서는 조금 더 그녀만의 종교적 색채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조금 더 멀리서, 주변에서 느껴지는 죽음과 삶에 대한 미묘한 관전의 마음이 느껴질 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작은 공간에서 마주하는 여러 감정과..

시, 소설, 산문 2024.12.10

파친코

파친코 1, 2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서울: 인플루엔셜, 2022)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순간들 가운데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사랑만큼 소중한 게 어디 있을까. 사랑이 전부라 믿고, 말하고, 나누고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었다. 독서 모임 덕분에 마주하게 된 그 유명한 작가와 역자의 글을 마주하게 되었다. 뛰어난 번역으로 막힘없이 읽어 내려가는 문장과 그 가운데에 또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역사. 세상의 중심에 내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또한,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위해서 희생하는 이도 존재한다. 초월적인 존재를 향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이도 존재한다.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자리가, 삶의 자리(Sitz im Leben)다. 이삭과 요셉과 노아와 모자수(모..

시, 소설, 산문 2024.11.19

아몬드

아몬드 손원평 지음 (파주: 창비, 2017) 작고 맛있는 견과류 중 하나인 아몬드. 책 제목을 이것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고, 유명한 RM이 재밌게 봤다는 책을 2021년에 모셔 놓고선 이제야 읽어 본 나. 물론, 손원평 작가의 을 먼저 읽어봤었기에 문장에 의문을 품진 않았다. 다만 때가 되면 읽게 되리라는 막연한 마음을 갖고 있었을 뿐이지. 또 하나의 특징으로 책 표지의 남자 그림은 도대체 제목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했었다 모든 비밀은 책을 읽어나감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기에 굳이 스포하지 않으리. 아무리 출간한 지 6년 정도가 흘렀고 밀리언셀러이고 절판되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단 하나 비교하며 쓰고 싶은 내용이 있다. 느끼지 못한다는 것의 동질성. 아픔에 동조하지 못하는 게 ..

시, 소설, 산문 2023.06.15

남한산성을 읽고

남한산성 개정판 김훈 지음 (서울: 학고재, 2017) 남한산성은 역사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서 만들어진 소설이다. 그 시절 청에 대한 일련의 대응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고,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모순 관계의 상황을 그려낸다. 동명의 작품으로 영화까지 나온 이야기, 그 내면을 살펴본다면 답답함과 더불어 안타까움과 민생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어느 한 생명 소중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이야기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다가옴을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은 아련함을 만들어낸다. 등장인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자리와 행동은 다르나 삶의 무게는 동일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삶이란 경중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기에 말이다. 언제나 사회의 전환점이 발현되는..

시, 소설, 산문 2020.09.06

오두막을 읽고

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100쇄 기념 리커버 개정판 (서울: 세계사. 2017) 얼마나 많은 이들이 보면 소설이란 장르의 책을, 그것도 특정 종교의 색체가 묻어나는 이 책을 읽은 것일까. 동명의 작품으로 영화까지 개봉하였던 이 소설은 어떠한 감동을 전달하여 주는 것일까. 작게는 개인으로부터 시작하여 (맥이라는 주인공) 조금 더 크게 가족을 그려보며 (그의 아내와 자녀들) 더욱 크게 바라보면 초월자이신 신들에게까지 (삼위일체의 모습으로 있는) 나아간다. 물론 그 사이에 있는 친척들과 이웃들,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 여러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야기는 과거에 국한되지 않고 열린 미래와 더불어 지금의 주인공을 이루게 되는 모든 요소들을 포함하여 흘러간다. 그 시간의 흐름이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기에 더욱 더 몽..

시, 소설, 산문 2020.08.31

82년생 김지영을 읽고서 생각해 보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서울: 민음사, 2016) 여성에 관한 관심을 그나마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는 여성신학 과목을 수강한 적 있고, 글들을(단행본 같은) 읽어본나름 열린 감각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남성이기에 그 이해가 여성의 이해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모쪼록 제목과 비슷한 연대에 출생하여 그 시기의 삶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동의되는 내용들과 여성으로 바라보면 힘든 순간이었겠다 싶은 부분들이 등장하는 것이 본서의 특징이라고 생각 든다. 적극적 형태의 액자구성이라기 보다는 암묵적인 형태의 액자 형식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본 소설의 주인공은 김지영씨 한 사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낸 모든 김지영씨가 아닐까. 소설이기에, 또한 동명의 영화로 개봉한 화제작이기에 단지 페미..

시, 소설, 산문 2019.12.0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