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6

2025년 동구 도서추천단 북슐랭 가이드 5월 추천도서 (1) [눈부신 안부]

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파주: 문학동네, 2023) 편지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다. 통화를 하기까지는 어려웠던, 그래서 더더욱 간절했던 시간. 그래서 더욱 기다려지던 연락. 안부를 묻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까. 한 번 더 생각하고 다듬고, 다시 고치고 눌러 담은 마음의 이야기. 그 시절 애틋하고 아련한 추억을 꺼내보려면 얼마나 더 용기가 필요했을까. 시절의 하 수상함이 마음을 더 애달프게 만들었던 것일까. 파독 간호사와 광부, 민주화운동, IMF와 같은 굵직한 시대 배경이 관통하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에게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젊음이 깃들어 있었다. 암울한 시절과 마음가짐이었어도 피어나는 사랑의 감정을 담은 찬란함이. 네가 찬란히 살았으면 좋겠어.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 뿐이고..

눈물 상자

눈물 상자 한강 글 봄로야 그림 (파주: 문학동네, 2008)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하면 부터 생각나는 아저씨입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어보려고 몸부림치는 아저씨이고요. 이미 유명한 작가였지만, 노벨상 수상으로 엄청난 독서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강 작가의 동화를 발견했으니 무조건 사게 되고 읽었답니다. 사실, 다른 작품부터 읽으려면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해서 그랬습ㄴ…. 돌아보면 아이들의 시간 속에서 짤막하지만,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던 문장이 삶을 이끌어 가도록 돕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제 마음속에 최고 도서는 이 남아 있고요. 다시금 한강 작가의 동화로 넘어와서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제목에서 풍기는 낯선 느낌과 읽어보도록 초대하는 느낌이 일품입니다. 시나브로 작품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호흡..

시와 소설들 2024.11.12

연필로 쓰기

연필로 쓰기 김훈 지음 (파주: 문학동네, 2019) 글을 쓰는 작가의 삶, 지난하지만 지속해서 사유하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야 한다. 기자로 살아가다 작품을 쓰는 인생이 된 그는 연필로 원고를 작성한다. 책의 띠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 문구는 돌아보게끔 한다. “나는 겨우 쓴다.”라는 작가의 단순명료한 문장. 작가의 묘사하는 문장이 일품임을 알기에 마주하는 「밥과 똥」의 꼭지는 너무나 힘들었다. 그럼에도 읽어지는 문장이기에 더더욱 마음에 씁쓸함을 주었다. 마치, 『남한산성』을 읽어갈 때 마주하던 그 마음처럼. 다양한 글감으로 통찰을 넓혀주는 작가의 문장은 다 담아두고 싶었다.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인생길은 그 시대를 읽어볼 기회를 만들어 준다. 더하여 작문 선생님의 추천으로 만나게 되었던 『칼의 노래』..

삶속의 글들 2024.11.02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을 읽고서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416합창단 지음 김훈 김애란 글 (파주: 문학동네, 2020)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걸까. 그들의 노래가 시작되면 눈물만 흘리던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정해진 답이 아니었을까.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아픔을 치유해준다. 부르는 사람 스스로에게 그러한 치유를 주기에 더욱 고마운 노래이다. 416합창단은 하늘의 별이 되어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또한 다른 이유로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 노래를 한다. 그저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들어줄 수 있는 이웃이 있기에 가능하다. 아마추어이기에 프로다운 완성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진심은 전달된다. 아이들을 향해서 보내는 곡조가 있는 편지는 우리에게도..

삶속의 글들 2020.04.23

공무도하를 읽고 생각해보다

공무도하 公無渡河 김훈 지음 (서울: 문학동네, 2009) ‘공무도하’라는 제목은 公無渡河歌라는 옛 노래와 같은 제목을 갖고 있다. 그 가사는 옛적의 그 형태를 유지하기에 다음과 같다. ‘님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님이 결국 물을 건너다 물에 빠져 죽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본서는 장편소설이다. 그렇기에 자세한 언급은 지난번처럼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노코멘트를 유지할 것이다. 다만 본서의 여러 등장인물들은 얽힐 수 없는 관계였으나, 어떠한 이유에선지 모르게 얽히고설키게 되고 만다. 그 지정학적 위치가 바닷가라는 것과 물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어찌 우연뿐이겠는가. 그 만남이 인연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는 느낌이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글 속..

시와 소설들 2018.09.05

연금술사를 읽고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파주: 문학동네, 2001) 인생은 계속 되는 여행과 같다. 그 길이 순례자의 길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항상 즐거움만이 가득한 세상일 수도 있다. 왠지 모르게 이번에 읽었던 본서는 코맥 맥카시의 『로드』처럼, 순례자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존 번연의 『천로역정』같은 느낌은 아니다. 단지, 보다 더 근세 시대쯤의 배경이라는 느낌이랄까. 주인공 산티아고의 삶이 그런 느낌을 더해주는 것 같다. 본서는 총 2부로 구성되어 있고 서문과 에필로그, 작가의 말, 역자 후기가 있다. - 서序 - 제1부 - 제2부 - 에필로그 - 작가의 말 - 역자 후기 익히 알려진 소설이지만, 스포일러가 될 필요는 없기에 그 내용을 자세히 적진 않겠다. 앞전에 말했던 주인공 산티아고의 여정이 그..

시와 소설들 2018.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