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파주: 문학동네, 2023) 편지가 전부였던 시절이 있다. 통화를 하기까지는 어려웠던, 그래서 더더욱 간절했던 시간. 그래서 더욱 기다려지던 연락. 안부를 묻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까. 한 번 더 생각하고 다듬고, 다시 고치고 눌러 담은 마음의 이야기. 그 시절 애틋하고 아련한 추억을 꺼내보려면 얼마나 더 용기가 필요했을까. 시절의 하 수상함이 마음을 더 애달프게 만들었던 것일까. 파독 간호사와 광부, 민주화운동, IMF와 같은 굵직한 시대 배경이 관통하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에게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젊음이 깃들어 있었다. 암울한 시절과 마음가짐이었어도 피어나는 사랑의 감정을 담은 찬란함이. 네가 찬란히 살았으면 좋겠어.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