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넥서스

읽고쓰고나누고 2025. 5. 5. 01:14

넥서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옮김 (파주: 김영사, 2024)

 

“기술(연결)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책의 겉표지에 장식된 비둘기는 1장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자 전설이자 기적의 존재가 된, 비둘기였다. 그 비둘기가 대체 어떤 존재였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전승되고 회자하여 오늘날 승리를 이룩하게 만든 존재가 되었을 뿐.

 

의도적인 선택이 독자에게 이후 진행될 책의 내용을 보여주려는 비둘기 내러티브는 성서에서도 반복되었다. 노아가 방주에서 날려 보냈던 비둘기. 비둘기는 상징이다. 넥서스(Nexus), 이 단어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의 제목은 비둘기하고도 연결되는 교차점이 존재한다.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네트워크와 매개체, 나아가 AI를 바라보는 저자의 글은 다채롭고도 흥미를 유발하는 문장을 구사한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지나친 믿음을 갖고 살아갔던 이들의 한계와 너무나 걱정이 앞섰던 음모론자들의 아쉬움을 꼬집는 문장은 적절한 위트를 남겼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의 전개 속에서 네트워크를 배우게 된다. 1부에서는 인간으로 구성된 네트워크의 역사를, 2부에서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루어진 비유기적 네트워크, 3부에서는 정치로 살펴보는 컴퓨터 정치를 통해서 이야기를 펼쳐간다. 너무나 방대한 역사를 이야기로 압축하였으나 각 장마다 갖고 있는 문장들이 좋아서 어렵지 않게 읽어진다.

 

여러 도움으로 완성된 책임을 밝히고 있는 책이다. 지면의 한계도 존재하고, 저자의 전문 분야가 아니기에 성경에 대한 이해, 정보 및 컴퓨팅(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에 대한 이해),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가 축약되어 있어서 조금 더 기술되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물론, 저자의 다음 문장처럼 우리는 전문가가 아님을 유의하면서 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사항은 알았으면 좋겠다.

 

모든 시민이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의 미래를 계속 우리가 통제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정치적 잠재력만큼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331~332쪽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 더더욱 완벽한 연결과 더불어 모두가 행복해지란 핑크빛 전망을 기대하는 것과 다르게 날이 갈수록 발이 더 묶이는 느낌이 드는 게 나만의 착각일까. 통신이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피처폰이 스마트폰이 되었고, 문자 메시지에서 숫자 1이 사라지는지 알 수 있는 메신저의 알림은 24시간이 모자라도록 근무케 만드는 매지컬 로직이었다.

 

점점 더 세상은 초연결을 지향하고 초지능에 기대길 바란다. 어쩌면 마블의 자비스보다 더 능동적이지만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소멸 작전을 펼치진 않는 테크놀로지를 꿈꾸는 것일까. 기술은 언제나 중립적이었다. 사용자와 더불어 변인 통제에 능하고 기초적인 윤리의식을 지켜낼 스카우트(혹은 가디언)를 기대할지 모른다. 나는 과연 어디를 응원케 될까.

 

모든 강력한 정보 네트워크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를 어떻게 설계하고 사용하는가다. 122쪽

 


 

책 내용에 대하여 추가적인 이야기를 적어본다.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교인에게는 부담스러울지 모르나 신약성서는 우리에게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정경화 과정을 거쳤던 성스러운 문서임을 책에서 이야기한다. 과연 이런 사실(혹은 진실)을 정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지식은 과연 이로운 것일까.

 

개인적으로 성서의 내용에서 혹은 학문적 이유로 슬프기보다 교회의 역사에서 마음이 아팠었다. 면죄부와 십자군 전쟁도 그렇지만, 마녀사냥에서도 서글펐다. 그 이야기를 적는 역사학자의 문장은 더더욱.

 

마녀사냥꾼들은 악마와 그 공범들을 찾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수색했다. 하지만 마녀사냥꾼들이 정말로 악마의 악행을 찾고 싶었다면 거울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됐을 것이다. 161~162쪽

 

다양한 이유로, 때로는 자신이 살기 위하여 뒤집어씌웠을 타인의 공격은 죽음의 불길로 사라져간 많은 이의 아픔을 담고 있다. 부디, AI가 잘못된 학습을 통해서 잘못된 낙인을 찍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

 

비둘기 내러티브는 정말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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