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적 리뷰

금지된 지식

읽고쓰고나누고 2021. 3. 1. 20:06

금지된 지식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파주: 다산초당, 2021)

 

  과학사학자의 글에서 만나게 되는 금지된 지식이라는 내용의 글은 흥미로운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말부터 구미를 당기게 하는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진실로부터 소외된 집단의 구성원들이 사실과는 거리가 먼 음모론을 더욱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10쪽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시작하는 이 책은 서론에서 지식과 지혜, 그리고 정보에 대해서도 다루며 나아간다. 전산학자들의 목표와 더불어 지식 혹은 지혜에서 자꾸 멀어져가는 현대인의 모습은 왠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고 할까. 반복과 성찰을 통한 사유의 내면화를 통해서 지식을 습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정보 혹은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데이터에 의해서 내면화가 아닌 순간 지나가고 끝나는 형태로의 모습이 정형화 되어간다. FIFO라는 정보의 선입선출방식과 같다고 해야 할까. 그저 들어왔다가 나가버리는 RAM처럼 느껴진다. 이어지는 본문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각각 하나씩 살펴본다.

 

  먼저 1장에서는 ‘낙원에서 금지된 것’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성서에 대한 인문학적 혹은 진화론적 접근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원죄에 대한 이해를(혹은 시작을) 아우구스티누스를 통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하기에 흥미롭게 다가온다(이 부분은 신학을 공부한 분들에게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더하여 여성에 대한 억압의 정당화를 성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통해 억압받는 혹은 숨기거나 터부(책에서는 타부라고 씁니다)시하는 성적 결합에 대한 문제를 보여준다. 인류에게 금지된 지식(선악과)과 숨겨진 지식의 차이를 깨닫는 것을 주요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2장은 ‘우리에게 지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이다. 철학적인 지식의 이해와 과학적 지식에 대하여 금기시하는 부분이 윤리의 본모습일까라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도입부를 보여준다. 코페르니쿠스와 다윈, 그리고 프로이트로 이어지는 삶과 생각의 지각을 흔들어버린 학자들의 이론도 만나볼 수 있다. 그 무엇보다 우리가 지식(혹은 정보라고 부르는)을 이용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이용당하고 있는 것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3장 ‘비밀을 다루는 법’에서는 비밀에 대한 여러 어원들을 찾아보며, 과학자 혹은 철학자가 이해한 ‘비밀’을 이야기한다. 더불어서 지식을 비밀화한 역사와 지식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사유화하려던 집단들을 다루어준다. ‘비밀의 시대’를 이루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계점을 보여주며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를 설명한다(낭만주의 필요성 및 계몽주의 모습 등).

 

  4장 ‘성스러운 것을 엿본 죄’에서는 과학에 의해서 영광스러운 혹은 성스러운 것으로 대우 받는 결과물들과 더불어 원죄로 불리는 핵무기를 볼 수 있다. 원자(혹은 중성자 미립자까지)를 통해서 알게 된 지식은 우리를 삶의 편리함으로 혹은 지옥의 불구덩이로 끌고 갔다. 이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혹은 숨기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생각해보도록 한다.

 

  5장 ‘인간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하라’에서는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이를 발견(혹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둘러보는 부분이다. 모두가 알아야 할 지식과 남겨두면 좋을 지식을 살펴본다.

 

  6장 ‘과감하게 봉인을 떼다’에서는 지식에 대한 참된 의미를 깨닫고 있는지 아니면 우리는 아직도 준비가 덜 되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이어지는 7장 ‘지식사회의 사생활과 비밀’에서는 지식사회에서의 사기업의 데이터 활용과 국가의 활용을 예로를 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데이터의 개방성에 대한 명과 암 그리고 개인에 대한 개입의 문제점들을 살펴볼 수 있다. 나가는 글에서는 이 금지되었던 지식에 대한 사유를 다시금 되짚어 본다. 우리는 잘 이용하여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퇴보할 것인가. 잘 이용한다면 신이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부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져보게끔 하며 끝을 맺는다.

 

  책의 논지를 좀 더 줄여서 살펴보면 과학사(혹은 지식사)의 흐름을 저자만의 방식으로는 ‘파우스트-유리인간-게놈 프로젝트-빅데이터’라는 이야기로 말할 수 있다. 또한 지식에 대한 아이러니도 만나볼 수 있었다. 계몽주의 시기에는 국민에게 지식을 제한하려던 것과 반대로 현대에서는 데이터의 홍수에 남겨둔다. 이 데이터를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배워야 하며, 이 데이터가 유의미한지 알 수 있는 방법 또한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가짜뉴스에 속기 쉬운 대중을 만들어낸다.

 

  유의미하게 다가온 문장을 밑줄 긋기 해본다.

 

기꺼이 계몽 되었다고 말하는 사회는 인간 이성을 점점 더 적게 신뢰하는 대신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기계적 소프트웨어를 점점 더 신뢰한다. 118쪽

 

  사람보다 기계를 기계보다 기계 안에서 작성되고 운영되는 소프트웨어를 믿는 인류들은 그 동작 원리에 대해서 알지 못하며 알고 싶어 하지 않고, 오로지 그 결과만을 원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알 필요는 없겠지만, 우리의 삶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소프트웨어는 인간 친화적일까

 

완벽한 사회의 완벽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255쪽

 

  앞서 밑줄 긋기 했던 문장의 대답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조차 완벽할 수 없는데 그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은 완벽할 수 있을까. 데이터를 이용한 예측도 확률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디지털 세계에 저장하고 있는 것이 현대의 지식정보사회이다. 보다 더 많은 것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 활용하고 있다.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우리 삶에 가까이 다가와 있는 지식의 활용은 우리의 삶을 풍성히 해주는 것일까. 아니면 금지된 지식을 사용하여 오히려 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것일까.

 

  앞으로도 지식을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 지식은 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얻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지식이 핵폭탄이 될지 아니면 핵융합 발전소가 될지는 전적으로 이 지식을 활용하는 이들에게 달려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식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이자 과학사적인 접근, 독일인의 시각으로 구성된 이 글을 한번 즈음은 읽어보시면 교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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