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성경을 읽다 이상환 지음 (서울: 도서출판 학영, 2023)
성경 좀 읽어봤다 싶은 분들이 즐비한 무림, 아니 기독교의 세계에서 성경 이야기 꺼내려면 어느 정도의 정량적 수준이 되어야 할까요. 10독은 되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까요. 단 한 번이라도 통독을 해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아니, 무엇보다 오독하지 않고 단 한 구절만이라도 읽어낼 수 있다면 말이지요.
성경은 누구나 다 읽을 수 있는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성경의 다차원적인 의미를 단번에 캐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움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요. 물론, 정말로 성경의 방대한 분량에 의해서 기억에서 소거되어 떠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들을 제외하곤 쉽지 않은 전체 내용의 암기일 테니까요. 그래도 성경을 읽는다는 건, 이 말씀의 소중함을 깊숙이 간직한 자일 테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요즘 핫하게 읽어지는 책의 저자 이상환 교수님의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내용들을 일반 독자가 읽기 쉽도록 압축하고 친절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을 위하여 기획된 가이드라고 할까요.
이 책은 성경의 의미를 풍성하게 이해하길 원하는 독자들, 그러나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그 시작을 소개하려는 소박한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247쪽
성경과 독자의 거리는 수천 년의 공간을 갖고 있지만 저도 자주 잊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참신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며 책은 시작됩니다. 그리곤 Sola Scriptura로 시작하여 잊고 있던 웨슬리안 사변형을 다룹니다. 이어서는 해석학적인 부분들을 일반 독자들이 어렵지 않도록 소개하며 의사소통 모형을 보다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후로는 해석과 적용에 대해서 이제까지 다루어진 부분들을 종합하여 바라보도록 도우며, 아직까지 성경을 읽는 이들에게 담처럼(책의 표현으로는 산처럼) 다가오는 내용들을 살펴봅니다. 날이 갈수록 그리고 공부할수록 겸손해질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도와주는 내용으로 마무리 짓는다고 느꼈고요(산을 넘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 지침이라고 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웨슬리안 사변형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성경, 경험, 전통, 이성’이라는 요소들을 통해서, 신앙을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요. 물론, 이렇게 강조하는 게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성경을 통해서 세상과 이웃을 바라보는 렌즈가 추가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주일입니다. 오늘도 누군가 성경을 읽으며 필사합니다. 고대처럼, 성경의 필사를 통해서 세대와 세대를 잇는 성경이 주어지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신앙적 강화와 말씀에 대한 풍성한 이해를 더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성경을 단 한 번의 통독으로 끝내지 않고 읽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평생에 걸쳐서 교훈을 주고 삶의 의미와 신앙의 관계를 바라보게 만드는 경전이기에 그렇지 않을까요.
역사와 전통, 그리고 풍성한 지혜를 통해서 성경을 바라보고 연구하고 나아갑니다. 수천 년의 간극을 이겨 낼 방법은 자신의 한계를 겸손히 인정하고, 여러 연구자의 결과물을 함께 읽고 나눔에 있지 않을까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인도하는 책을 만납니다. 왜 핫한 작가인지 깨닫게 되고요. 이렇게 또 성경을 읽습니다.
※ 참, 저는 이 책을 읽고서 감은사의 <성서 내러티브의 상실>이 생각났습니다. 보다 더 전문적인 내용의 해석학을 알고 싶다면, 읽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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