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쓰는 일 정신실 지음 (서울: IVP, 2021)
말하지 못하는 아픔을 담고 사는 것은 한국적인 토양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필요충분조건 같다. 그중에서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이들이 존재한다. 준비되지 못한 이별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이별이 준비했다고 견뎌낼 만할까. 어느 노래 가사처럼, 사랑이 잊는다고 잊히는가. 그저 기억 속에서 맴도는 것은 아닐까.
오늘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애도하지 못한 언젠가’에서 기인한 것임을, 그때 충분히 울었어야 했는데, 울음을 삼키고 슬픔을 막아 버린 탓에 몸과 마음의 숨 쉴 구멍들이 하나둘 막혀 버린 것이 오늘의 고통이라는 것을. 8~9쪽
위에 적은 도입부에 적혀있는 문장은 나의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준비되지 못했던 이별을 들춰내는 그리고 직면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글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보여주는 작가에 공감하며 하나씩 무너지려는 감정과 지난날의 겹쳐짐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놓쳐버린 시간을 떠올리게끔 만든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보내고 갖게 된 감정과 일들은 이겨냈다고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면에서는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걸 보게 된다. 나 또한 가족의 임종을 곁에서 지키지 못했기에 갖고 있는 마음은 누군가 한 번씩 건드릴 때마다 그 시간으로 돌리게끔 만든다.
눈물과 진실이 치유(99쪽)이기에 우리 모두 죽음 앞에서 어쩔 줄 모르(173쪽)기에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1년의 애도 기간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부채감을 해소해 나간다. 빛바랜 사진과 같던 삶이 다시금 형형색색으로 변해간다.
이 책은 일요책방의 이벤트를 통해서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 페이지가 접혀있는 곳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곳이 왜 접혀 있었는지 알게 되는 문장들을 만나게 되고, 나의 슬픔을 느꼈었다. 왜냐하면 아래의 문장과 같은 시간을 가져야만 해서 그렇다.
일어난 사건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사건이 남긴 심리적 외상은 ‘나 여기 있소’를 끝없이 외친다. 그 외침에 반응해야 한다. 애도가 필요하다. 모든 상실은 애도해야 떠나보낼 수 있다. 37~38쪽
우리는 육체만이 아닌 마음, 영혼을 지닌 존재라 믿고 산다. 그리고 이것들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통전적으로 이루어져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인정하는 기독교인이 아닌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힘들 수 있음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했으면 좋겠다. 저자처럼, 우리는 모두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슬픔을 감당하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 바라기는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덧: 이 책은 추천사가 뒤에 나온다. 그리고 그 배치는 전적으로 옳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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