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신학, 신앙) 서적

지혜란 무엇인가

읽고쓰고나누고 2021. 1. 26. 09:47

지혜란 무엇인가 송민원 지음 (서울: 감은사, 2021)

 

  요즘 워낙 많은 분들이 읽고 계시며, 읽은 책이기에 어떤 형태의 글이라도 쓰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추천의 글을 남겨주신 여러 목회자와 학자가 계시기에 더더욱 주의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기는 것은 이 책의 특장점입니다. 먼저, 책을 펼치면 만나게 되는 헌사에서 한 구절을 옮겨 적어 봅니다.

 

생명을 일궈내고 자신은 죽어간다 그녀는 점점 예수님을 닮아간다 8쪽

 

  우리의 삶이 먼저 만나는 존재가 어머니입니다. 그녀의 자궁 속에서 온전한 삶을 준비해가며 이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누군가의 말처럼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은 크고 깊기에 갚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랑을 내리 사랑으로 자녀에게 쏟아 붓는 것이지요. 사랑의 모본이신 예수님을 닮아간다는 말에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마치 십자가에서 운명하시던 때에 손에 박혀있던 못처럼 흔적으로 남게 되는 사랑. 예수님을 닮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 아닐까요.

 

  이어지는 감사의 글에서는 이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여러 상황들을 만나게 되는 존재가 저자임을 보게 됩니다(우리의 삶도 특별히 저의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고통과 고난을 만나게 되는 것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과연 인간의 삶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혜의 의미를 찾게 됩니다. 지혜란 무엇인지를 곱씹기 위해서 신앙인이라는 범주에 속해 있는 저는 성경을 펼치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지혜서를 살펴봅니다. 이 지혜를 퍼 올리려 할 때에 어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저자를 따라서 그 길을 걸어가 봅니다.

 

  성경에서 특별히 구약(혹은 유대인의 성경)에는 여러 종류(혹은 장르)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혜를 담은 책들이 있습니다. 바로 욥기와 잠언, 전도서입니다. 이를 저자의 안내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에서는 잠언과 욥기, 전도서로 이어지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규범적 지혜와 반성적 지혜라는 구분을 통해서 그리고 이 지혜의 내용들이 상호작용하여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인지를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하며 맺게 됩니다. 지혜는 단순하지 않다는 문장의 수미상관 구조 책의 시작과 끝에서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지혜라는 보화를 캐내기 위해서 탐독할 때에 무엇을 내어 줄까요. 성찰을 도와줄 문장이 많이 담겨 있는 맛집 같은 이 책에서 어떤 메뉴(밑줄 긋기)를 선보여야 할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꺼내어 봅니다.

 

우리말로는 전혀 다르게 번역되었지만 그 원어는 같은 단어이거나, 우리말 성경에서 같은 단어로 번역되었지만 원어는 전혀 다른 단어가 쓰여 있는 경우도 아주 흔합니다. 원어를 모르고서는 성경의 의미를 올바르게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36쪽

 

  애피타이저부터 살펴볼까요. 성경이 고대의 문서라는 것과 번역되었음을 떠올리게 해주는 문장입니다. 단순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내용입니다. 현대의 독법으로 읽으면(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고대 이스라엘과 지금 우리 사회가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서, 남성중심사회의 언어로 되어 있는 성경의 내용을 어떻게 우리 시대에 적용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43쪽

 

  두 번째 애피타이저입니다. 고대사회는 남성중심의 사회였음을 그리고 이를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에 알맞은 방법과 표현을 사용하여 적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상황신학이라고 하지요. 이제 본론이라 할 수 있는 메인 메뉴를 한번 살펴볼까요.

 

성경에서 어떤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구절은 가벼운 “도입부”가 결코 아닙니다. 88쪽

 

  무심코 넘어가기 쉬운 첫 구절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남겨줍니다. 음식을 먹을 때에도 그 식감과 향을 잃어버리면 안 되는데 금방 잊힙니다. 성경을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고대에는 기록할 도구가 귀했기에 중요하지 않은 문장을 필사할 확률이 적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내용을 전해주기 위해 남겨졌음을 떠올려 봅니다. 다음 메뉴는 강렬한 맛으로 다가옵니다.

 

욥기는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가르칩니다. 자신의 종교적 관념에 맞는 것만을 보려고 하고 그에 맞지 않는 현실에는 귀 막고 눈 감는 “신앙인”들의 태도를 비판합니다. 자신이 믿는 “하나님의 선하심”이라는 관념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외칩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은 단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37쪽

 

  지금의 우리는 자신의 신앙적 프레임에 갇혀서 이것만이 진리라고 외치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위의 문장이 겹쳐서 떠오릅니다. 내가 보는 것만 진짜다. 너의 신앙은 잘못된 거야. 세상은 이런 원리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이들. 과연 하나로만 판단이 가능한가요. 현실에 대해서 냉철하게 보며 판단하는 ‘직시’하는 능력을 갖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믿고 나아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바로 '욥기'의 묵상이 필요하겠습니다. 다음 메뉴는 시원한 맛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보호를 필요로 할 정도로 약하신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변호하는 것은 신앙인의 역할이 아닙니다. 184쪽

 

  왜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지 못하고 나만의 지식으로 가두려 하는 것일까요. 하나님은 스스로 하나님이 되십니다. 그리고 우리 없이도 일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존재는 자신의 연약함을 모르는 한낱 인간입니다. 저 또한 인간이기에 그분의 긍휼을 구합니다.

 

  이외에도 맛난 음식들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 모든 메뉴를 소개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주요 메뉴만 소개해 드리고 나머지는 직접 음미하실 수 있도록 멈추는 것이 지혜이겠지요. 한번 방문해 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재방문자입니다.

 

오렌지 빛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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