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정현경 지음 (서울: 열림원, 2002)
여성신학, 가깝기 하기에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던 학문이다. 그러나 세계는 흐른다. 서양 사상이 지금에는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나브로 동양으로 옮겨오고 있다. 아니 왔다. 이러한 순간에 있어서 정현경이라는 학자는 매우 흥미로운 자극을 더해준다. 바로 삶에 있어서 그러하며, 한국에서는 몰라봤지만, 세계에서 먼저 알아본 학자로서, 그 독특함을 보여준다. 여성신학이라는 수업시간을 통해서 접하게 된 그의 글은 오늘 소개할 책인 것이다.
먼저 책의 구조는 그의 조카 리나의 성년이 다가옴을 기점으로 하여 그려지고 있다. 이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조카이며 여성이며 동지라고 볼 수 있는 그녀에게 글을 쓰는 것이다. 물론, 이 글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실존하고 있는 또 다른 여성들에게 일어남을 선포해주는 책이라고 보인다. 먼저, 본서는 총 10장에 걸쳐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1.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2. 여신은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한다.
3. 여신은 기, 끼, 깡이 넘친다.
4. 여신은 한과 살을 푼다.
5. 여신은 금기를 깬다.
6. 여신은 신나게 논다.
7. 여신은 제멋대로 산다.
8. 여신은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
9. 여신은 기도하고 명상한다.
10. 여신은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한다.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에게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 [살림이스트 선언]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살림이스트 선언이라는 글이었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성들에게 한국에서 어느 한 가정의 내부 문제들을 해결하고 책임지는 여성들의 일의 명칭을 따온 ‘살림’이라는 표현은 여러 가지 물꼬를 트게 만든다. 출판사 중에 살림출판사가 떠오르게 만들고, 이 세상을 살리는 궁극적인 방법은 어머니들의 마음가짐과 같음을 이어주는 브레인스토밍이랄까.
그리고 본서의 10가지 주제를 여성 전사들에게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이라 명한 것에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전쟁의 선언과 같이 느껴졌다. 정현경 교수는 분명 남들과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삶을 나타내고 있으며, 입지적인 위치에서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계는 어떠한 느낌일까. 그녀가 바라보기에 이 세상은 해방되어야 할 것들로 무궁무진한 것인가.
이러한 것들 중에서 필자는 2가지 주제에 관심을 가졌다. 바로 첫 번째 주제와 여섯 번째 주제였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것’과 ‘신나게 노는 것’에 집중한 것이다 왜 여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인지는 지금부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먼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개신교에서는 온 선지자와 율법의 강령으로써, 위로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아래로는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중에서 어느 하나를 지키는 것조차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세상은 병들어가고 있고 나 자신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때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라고 하는 글을 발견한 것이다.
다음으로 신나게 논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를 추구한다. 진정으로 우리는 무엇인가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성적을 잘 받아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연봉이 많을 것이고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삶에 찌들어서 결국에는 그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흘러가고 만다. 본서에서는 오히려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이 더 행복해 함을 지적한다. 더불어서 많은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즐기는 것이 중요함을 말한다. 여기에서 깨닫게 되는 바는 아주 간단하며 심오했다. 무엇이든지 즐길 줄 모른다면 우리는 사는 것이 아니며, 신앙에 도달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며 알게 되는 순간은 이미 이 세상의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을, 이 상황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무엇인가를 위하여 추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로 이러한 점을 짚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본서의 매력이 아닐까한다.
끝으로 본서의 저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급진적인 삶의 방식으로 우리를 계몽하려 한다. 그렇기에 전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부분 또한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구자의 모습으로 우리를 반기고 있다. 본서는 벌써 10년을 달려가고 있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 있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역작이라고 느껴진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를 잘 표현하고 있는 학자가 아닐까.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면 본서를 권하는 바이다. 다만, 염려하는 부분이 있다. 아직 어린아이의 젖을 먹어야하는 시기인데 자신의 수준을 오해하고 건너뛰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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