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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넥서스 유발 하라리 김명주 옮김 (파주: 김영사, 2024) “기술(연결)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책의 겉표지에 장식된 비둘기는 1장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자 전설이자 기적의 존재가 된, 비둘기였다. 그 비둘기가 대체 어떤 존재였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전승되고 회자하여 오늘날 승리를 이룩하게 만든 존재가 되었을 뿐. 의도적인 선택이 독자에게 이후 진행될 책의 내용을 보여주려는 비둘기 내러티브는 성서에서도 반복되었다. 노아가 방주에서 날려 보냈던 비둘기. 비둘기는 상징이다. 넥서스(Nexus), 이 단어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의 제목은 비둘기하고도 연결되는 교차점이 존재한다.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네트워크와 매개체, 나아가 AI를 바라보는 저자의 글은 다채롭고도 흥미를 유발하는 ..

역사 2025.05.05

Jesus for You

Jesus for You 송민원 지음 (서울: 아드벤트, 2025) 교회를 다니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성경을 읽는다지만, 때때로 촤라락 넘기며 읽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물론, 초스피드 2배속 읽기도 동일하지만). 그 가운데 특별히 예수님의 말씀을 잘 읽고 따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기본자세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페이지 넘기듯 넘어간다. 그분의 뜻과 삶을 기억하고, 따르고 살아야 함에도. 이 책은 바로 예수님의 말씀을 고대언어 전문가인 송민원 교수님께서 풀어서 번역한 이야기이자 선물 같은 문장이다. 성경의 행간에서 놓칠 수 있었던 의미를 다시금 바라보게 만드는 글로써. 사랑이 그리워지는 이 시대에 사람을 사랑하고 바라보던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수, 그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책이었다. 매일의 메일로 먼저 ..

믿음의 글들 2025.04.29

로기완을 만났다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파주: 창비, 2024) 리마스터판 이니셜 L이 나온다. 분명, 로기완이 나오는 소설이라고 제목에서 읽어졌는데 당황했었다. 주인공은 바로 직전까지 방속 작가였다. 그러다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마주하게 된 상황에서 삶의 의미가 흔들렸기에 다시금 의미를 찾아서 나아가길 바랐다. 그러다가 톨레 레게의 문장과 이야기를 만났다. 그래서 이니셜 L을 찾아 나선다. 삶의 이유와 길을 묻고 글을 쓰려한다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서서히 밝혀지고 진행되는 이야기 가운데 투사되는 미안함과 그리움과 사랑은 이니셜 K에게까지 이어진다. 이 이야기가 주는 강렬함이 OTT 채널의 영화로까지 이어졌다(요즘 친구들은 책보다 OTT 속 송중기를 떠올릴지도). 이니셜 K는 감정 ..

시와 소설들 2025.04.27

올림픽이 끝나면 패럴림픽이 시작됩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패럴림픽이 시작됩니다 김양희 지음 (파주: 다정한책, 2024) 패럴림픽, 들어는 보았지만 잘 알 수 없었던 축제의 이름. 책을 펼치며, 읽어나가며 생각의 확장을 더 했다. 지난 주말 도서관 신간 코너에 꽂혀 있던 책의 제목을 보고 나서 꼭 빌려서 읽어야지 생각했기에,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니만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이해하고 같이 사는 존재임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 펼쳤다. 덕분에 새로운 지식도 늘려갔다. 청각장애가 있는 선수들은 데플림픽(Deaflympics), 발달장애가 있는 선수들은 스페셜 올림픽(Special Olympics)에 참가하고 있다. 22쪽 이렇게 많은 이벤트가 있었다니. 정말 몰랐다. 알고 있는 축제라고는 올림픽뿐이었는데. 그보다 더 커다란 인류를 품는 축제가 ..

삶속의 글들 2025.04.22

윌버포스

윌버포스 윤영휘 지음 (서울: 홍성사, 2025) 역사상 위대한 인물, 영국을 위대하게 만든 위인. 이런 사람을 잘 알지 못했던 저이기에,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대중 친화적 강연을 펼치신 윤영휘 교수의 이번 책은 매력적이었습니다. 자칫 엄중한 국제정세와 상황을 담아내고 설명하는 작업은 지루하기 쉬움에도 불구하고, 술술 읽어지는 문장으로, 글맛이 있는 문체로 빽빽한 400여 쪽의 분량을 채웠습니다.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윌버포스가 등장하기까지의 배경, 영국과 해외의 상황과 노예 제도 철폐를 위한 수십 년의 노력, 이 일을 이루어낼 준비된 사람이 되기까지의 모든 날. 윌버포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이 일에 헌신하는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었을까요. 책에서 드러나는 모습처럼, ..

역사 2025.04.21

성경이 쉬워지는 책

성경이 쉬워지는 책 존 팀머 지음 (고양: 터치북스, 2025) 제자 훈련을 오래간만에 다시 받으며, ‘성경을 이렇게 많이 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읽거나 듣는 요즘에, 복잡다단한 내용이 아니라 적절한 수준으로 가이드하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랬더니, 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적어도 2000년 이전의 고대 문서가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저에게 현대어로 번역되어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차이를 갖고 있기에 언제나 오해의 위험을 담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만약에 신앙의 뉴비라면 얼마나 힘들지요. (조금이라도 성경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성경전서는 66권을 합쳐 놓은 책이라고 이야기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더 여러 어려움에 빠지지 않고, 그렇다고 ..

성서에 관하여 2025.04.20

겨울 호수의 노래

겨울 호수의 노래 진 E. 펜지월 글 토드 스튜어트 그림 윤보라 옮김 (인천: 템북, 2024) 커다란 호수가 동네에 있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이 많을까요.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서 얼음이 두꺼워지면, 그 위를 가고 싶으니까요. 예전에는 날씨가 매우 추워서 얼음이 잘 얼었지만, 요즘은 많이 따스해진 겨울이라 무서워서 갈 수 없지요. 그래서 더더더 그립기도 하고요. 이번에 읽은 그림책은 그런 그리움을 한껏 더 부럽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캐나다와 미국 사이에 있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커다란 호수라니요. 심지어 꽁꽁꽁 얼어서 그 위를 돌아다닐 수 있는가 봐요. 작가는 그 호수 주변에 살면서 다양한 작품을 썼다고 해요. 너무나 깨끗해서 푸르고, 깊어서 푸른 호수를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는 아이들. 그들이 바라보..

그림과 동화 2025.04.19

행복한 위선자

행복한 위선자 맥스 비어봄 글 조지 셰링엄 그림 홍종락 옮김(서울: 사자와어린양, 2025)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을 아시지요.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생각해 보면 사람은 과연 태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만들어지는 존재인지 묻게 됩니다. 혹시, “Manners, Maketh, Man”인가요. 살아가면서 다양한 위치와 장소로 인하여 정말 다양한 페르소나를 착용해야만 합니다. TPO를 맞추지 못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하지요. 이런 가운데 책의 주인공은 정말, 나쁜 X였습니다. 특이점으로는 자신을 숨기지 않는 진솔한 나쁜 X. 이런 존재가 어느 날 한순간 사랑에 빠져 가면을 쓰게 되고, 결국에는 진정한 사랑의 사람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글입니..

시와 소설들 2025.04.18

탈기독교시대 평화

탈기독교시대 평화 이수환 지음 (양주: 드림북, 2024)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 코로나19, 더 나아가서 탈 기독교 시대라고 불러도 문제없는 시간이 지금이다. 그래서 더욱 평화가 필요한 요즘이다. 교회, 교회는 이 시기에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펴보면 좋겠다. 평화 신학을 토대로 하여 북한 선교를 꿈꾸게 만드는 책이니까. 본회퍼를 예로 들어서 평화 신학을 이야기하고, 탈북민들을 만남에서 끝나는 게 아닌 디아스포라 된 민족을 찾고, 이해하고, 나아가게 한다. 국내 상황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평화가 진심으로 그립기에 열심히 읽었다. 학생에게도, 성인에게도 필요한 평화에 대해 배움으로, 평화를 누리고 싶었다. 종교의 역기능이 아닌, 순기능으로 작동하는 평화를 통해서 샬롬이 임하길 기대한다. 왜냐..

신학과 종교학 2025.04.17

낭독을 부르는 애가

낭독을 부르는 애가 김인철 지음 (서울: 감은사, 2024) 아주 먼 옛날에는 책 자체가 귀했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종이 제작이 가능할지 의문이지요. 종이와 책의 발전이 인류사 발전에 무수한 영향을 주었음은 당연하고요. 어쨌든 책 자체가 귀했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귀했습니다. 교육을 누릴 수 있는 계급이 적었을 테니까요. 그 가운데, 근동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던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하던 이들은 책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양피지에 담아서 보관하던 회당이 존재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적기에 낭독해야 했을 것입니다. ‘창출레민신’이라고 부르는 오경이나 역사서라면 줄글로 이루어져서 주르륵 읽어야겠지만, 지혜 문학 장르로 불리는 ‘시잠전’은 그런 형태가 아닙니다. 특히, ..

성서에 관하여 2025.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