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6

로기완을 만났다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파주: 창비, 2024) 리마스터판 이니셜 L이 나온다. 분명, 로기완이 나오는 소설이라고 제목에서 읽어졌는데 당황했었다. 주인공은 바로 직전까지 방속 작가였다. 그러다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마주하게 된 상황에서 삶의 의미가 흔들렸기에 다시금 의미를 찾아서 나아가길 바랐다. 그러다가 톨레 레게의 문장과 이야기를 만났다. 그래서 이니셜 L을 찾아 나선다. 삶의 이유와 길을 묻고 글을 쓰려한다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서서히 밝혀지고 진행되는 이야기 가운데 투사되는 미안함과 그리움과 사랑은 이니셜 K에게까지 이어진다. 이 이야기가 주는 강렬함이 OTT 채널의 영화로까지 이어졌다(요즘 친구들은 책보다 OTT 속 송중기를 떠올릴지도). 이니셜 K는 감정 ..

시와 소설들 2025.04.27

안녕 (N차 독)

안녕 안녕달 지음 (파주: 창비, 2018) 아이들을 위해서 사주다가 어린이책 최애가 된 작가, 안녕달의 작품 을 어쩌다 다시금 아이 서재에서 꺼내와 읽었다. 소시지 할아버지와 강아지의 예상치 못했다고 쓰고 싶은 동거와 헤어짐, 그리움이 담긴 이야기. 절제된 대사로만 전개되고 곳곳에서 네 컷 만화로 표현되는 시간과 공간의 전환은 만화적 상상력을 더해주기에 어린 친구부터 아재까지 문제없었다. 사랑하는 존재의 부재가 주는 질문이 이어져서 타자를 찾아가도록 만드는 이야기의 흐름은 적당한 긴장감과 아름다운 눈물도 담아낸다. 과연 미래의 나는 부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아이에게 부재중 메시지와 같은 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삶은 줄줄이 이어지는 소시지와 같으니. “안녕” 잠시나마 불이 나는 장면이 등장해서 화마로..

그림과 동화 2025.03.27

눈, 물

눈, 물 안녕달 지음 (파주: 창비, 2022) 책방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발견하는 건 참 기분 좋은 순간이다. 급하게 혹은 느긋하게 책등을 마주하면서 지나가다가 멈출 때 발견하는 그 기쁨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롯이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누리게 되는 기쁨이니까. 책은 양장본이었다. 그 자체로도 보관성과 책등이 주는 안정감이 있기에 만족스럽다고 할까. 다만 비닐로 포장되어 있어서 뜯어보지 못하고 담아왔다. 그래도 되는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이니 괜찮다. 제목은 자세히 보니까 이 아니라 이라고 적혀 있었다. 왜 쉼표(혹은 숨표)가 있는지 궁금했다. 무언가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 걸까. 작가의 또 다른 작품 중에는 가 있었기에 눈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이라 유추하며 읽으려고 준비했다. 인터..

시와 소설들 2023.09.05

아몬드

아몬드 손원평 지음 (파주: 창비, 2017) 작고 맛있는 견과류 중 하나인 아몬드. 책 제목을 이것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했고, 유명한 RM이 재밌게 봤다는 책을 2021년에 모셔 놓고선 이제야 읽어 본 나. 물론, 손원평 작가의 을 먼저 읽어봤었기에 문장에 의문을 품진 않았다. 다만 때가 되면 읽게 되리라는 막연한 마음을 갖고 있었을 뿐이지. 또 하나의 특징으로 책 표지의 남자 그림은 도대체 제목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했었다 모든 비밀은 책을 읽어나감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기에 굳이 스포하지 않으리. 아무리 출간한 지 6년 정도가 흘렀고 밀리언셀러이고 절판되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단 하나 비교하며 쓰고 싶은 내용이 있다. 느끼지 못한다는 것의 동질성. 아픔에 동조하지 못하는 게 ..

시와 소설들 2023.06.15

겨울 이불

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파주: 창비, 2023) 아이들에게 다가온 겨울은 어느덧 중간을 지나갑니다. 그래서 추워서 집에서 안에서 보내기를 좋아하기도 해요.그런데 제가 클 즈음 느꼈던 아랫목의 따스함을 느껴보기엔 어려운, 그런 도시 속의 삶이라 아이들에게 그 느낌을 전해주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바로 '안녕달' 작가의 신작이 그런 마음씨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작품입니다. 겨울 속에서 이불 속에서 만나는 따스함은 따숩게 만들어주니까요.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하는 따순 이불 속을 아이들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그림과 동화 2023.01.09

바리데기를 읽고 생각하다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서울 : 창비, 2007)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크다고 생각이 든다. 가보지 못한 세상과 역사에 대한 앎을 더해줄 수 있는 좋은 방편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정선되고 고증된 내용들이 포함되는 정통 장편소설이 말이다. 물론, 판타지 소설도 우리에게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준다. 하지만, 현실과 너무 다르게 펼쳐지는 세상이기에, 정보를 얻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발생할 수도 있으리라. 이번에 읽어본 소설은 황석영 작가의 바리데기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출판된 지 오래된 서적이지만, 필자의 책장에 열심히 잠을 자고 있던 책이기에 꺼내 보았다. 주인공인 바리가 북녘 땅에서 시작하여 중국으로 그리고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펼쳐지는 삶의 모습이랄까. 총 12장(혹은 막)의 구성 된 소설이기에 자..

시와 소설들 2018.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