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5

연필로 쓰기

연필로 쓰기 김훈 지음 (파주: 문학동네, 2019) 글을 쓰는 작가의 삶, 지난하지만 지속해서 사유하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해야 한다. 기자로 살아가다 작품을 쓰는 인생이 된 그는 연필로 원고를 작성한다. 책의 띠지에서도 만날 수 있는 문구는 돌아보게끔 한다. “나는 겨우 쓴다.”라는 작가의 단순명료한 문장. 작가의 묘사하는 문장이 일품임을 알기에 마주하는 「밥과 똥」의 꼭지는 너무나 힘들었다. 그럼에도 읽어지는 문장이기에 더더욱 마음에 씁쓸함을 주었다. 마치, 『남한산성』을 읽어갈 때 마주하던 그 마음처럼. 다양한 글감으로 통찰을 넓혀주는 작가의 문장은 다 담아두고 싶었다.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인생길은 그 시대를 읽어볼 기회를 만들어 준다. 더하여 작문 선생님의 추천으로 만나게 되었던 『칼의 노래』..

시, 소설, 산문 2024.11.02

자전거 여행

자전거 여행 김훈 글, 이강빈 사진 (서울: 생각의 나무, 2007) 어릴 적 추억이라고 해야 하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사방팔방 쏘다니던 나날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여자아이 취향의 형광 연둣빛 바디가 싫어서 난리를 쳤던 못된 놈이었던 나. 그래도 그걸로 열심히 몰고 다녔다. 어느덧 업그레이드되어 나름의 MTB 자전거를 타고선 더더욱 멀리 나아갔고, 튼튼한 하체를 얻어냈던 그 시간. 물론, 어느새 그 자전거들은 엄복동의 나라답게 사라졌거나 오래되어 고철로 팔려나갔다. 지금도 동네에 방치된 자전거들을 보면 그런 운명에 처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나의 물건이 아니니 무심하게 바라봐야 함을 되새겨본다. 고등학교 시절쯤, 학교 도서실에서 읽을 책을 추천해 주셨던 선생님 덕분에 읽게 되었던 김훈 작가의 와 는 ..

시, 소설, 산문 2023.08.21

남한산성을 읽고

남한산성 개정판 김훈 지음 (서울: 학고재, 2017) 남한산성은 역사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서 만들어진 소설이다. 그 시절 청에 대한 일련의 대응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고,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은 모순 관계의 상황을 그려낸다. 동명의 작품으로 영화까지 나온 이야기, 그 내면을 살펴본다면 답답함과 더불어 안타까움과 민생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어느 한 생명 소중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이야기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다가옴을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은 아련함을 만들어낸다. 등장인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자리와 행동은 다르나 삶의 무게는 동일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삶이란 경중으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기에 말이다. 언제나 사회의 전환점이 발현되는..

시, 소설, 산문 2020.09.06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을 읽고서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416합창단 지음 김훈 김애란 글 (파주: 문학동네, 2020)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걸까. 그들의 노래가 시작되면 눈물만 흘리던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정해진 답이 아니었을까.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아픔을 치유해준다. 부르는 사람 스스로에게 그러한 치유를 주기에 더욱 고마운 노래이다. 416합창단은 하늘의 별이 되어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또한 다른 이유로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 노래를 한다. 그저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들어줄 수 있는 이웃이 있기에 가능하다. 아마추어이기에 프로다운 완성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언제나 진심은 전달된다. 아이들을 향해서 보내는 곡조가 있는 편지는 우리에게도..

공무도하를 읽고 생각해보다

공무도하 公無渡河 김훈 지음 (서울: 문학동네, 2009) ‘공무도하’라는 제목은 公無渡河歌라는 옛 노래와 같은 제목을 갖고 있다. 그 가사는 옛적의 그 형태를 유지하기에 다음과 같다. ‘님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님이 결국 물을 건너다 물에 빠져 죽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본서는 장편소설이다. 그렇기에 자세한 언급은 지난번처럼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노코멘트를 유지할 것이다. 다만 본서의 여러 등장인물들은 얽힐 수 없는 관계였으나, 어떠한 이유에선지 모르게 얽히고설키게 되고 만다. 그 지정학적 위치가 바닷가라는 것과 물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어찌 우연뿐이겠는가. 그 만남이 인연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는 느낌이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글 속..

시, 소설, 산문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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