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종교학

세계 종교의 역사

읽고쓰고나누고 2025. 4. 11. 16:57

세계 종교의 역사 리처드 할러웨이 지음 이용주 옮김 (서울: 소소의책, 2018)

 

종교에 속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요즘에 종교 담론을 이야기한다는 게 쉬운 일이 될 수 있을까. 혹은 종교인의 발언에 상처를 입은 이들이 너무 많은 지금에 다시금 종교를 이야기함이 맞는지 고민된다. 그럼에도 종교 속에 살아가고 종교 옆에 살아가기에 이야기하게 되고 적어 간다.

 

이번에 읽었던 책은 원서 기준 약 10년 전에 발간되고 2018년에 번역되었다. 코로나 이전의 이야기지만, 종교가 갖는 특징과 역사는 심하게 달라지지 않았다. 종교는 보수적이기에 상황에 따른 반응성이 민감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숙고 뒤에 조금씩, 점진적으로 달라지니까.

 

약 400쪽의 종이에, 40개의 주제를 담아서 전문가적인 식견을 초보까지 볼 수 있도록 배려한 문장을 적어 내려간 책이었다. 너무나 밀도 있는 문장을 써서 골머리 아프게 만드는 전공 서적이 아니다. 도표와 삽화가 가득한, 개별 종교에 입문을 도와줄 책이 아니다. 종교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입문서라고 써야 할까. 각 종교의 등장 배경과 흐름을 역사적으로 따라간다.

 

유대교와 그리스도교(혹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시초가 되는 지역을 살펴보게 만들어 주고, 그리스도교가 서양의 종교가 아니라 동양임을 보여줘서 고정관념을 교정한다. 동에서 서로, 다시금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며 인류의 흥망성쇠와 함께 발전하고 나아가고, 깨달음을 얻는 종교의 모습을 본다. 무수한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나아갔던 종교는 인류에 이바지한 부분도 파멸을 초래한 부분도 갖고 있는 동전의 양면 같기에 이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깃털처럼 가볍지 않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모든 종교의 내용을 옮겨 담으려면 얼마나 많은 글을 적어야 할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양한 종교를 마스터할 능력을 갖춘 이도 매우 드물다(엘리아데 같은 사람 어디 있으리오). 그렇기에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 상대방을 이해함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도 나아가야 할 길이 있다면, 다종교 상황과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이웃 종교의 이해가 필요하다. 더하여 비종교인에 대한 배려나 센스까지 말이다.

 

대영제국의 맛을 보여 주는 스코틀랜드 성공회의 주교이자 백인임을 고려하며 읽으면 좋을 듯싶다. 책의 분량과 저자의 종교적 배경으로 인하여서 그런지 남반구 종교의 느낌을 알기 어렵다는 점도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충분히 읽고 숙고할 문장이 많다. 종교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요즘에 더욱 필요한 책이지 않을까.

 

종교란 맹목적 믿음으로서의 신앙에 관한 일이 아니다. 신앙은 바른 삶을 탐색하는 인간적 분투의 한 국면이며, 바르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이며, 비전에 대한 신뢰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신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402쪽

 


 

아, 저도 이번에 그리스도교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에큐메니컬의 시조(?)가 이슬람 계열의 ‘바하이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타종교에 대한 이해(공부)가 나를 알아가는, 좀 더 겸손해지는 순간임을 배우게 됩니다.

 

※ 소소의책 = 소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