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길 위에서 쓴 편지 D. A. 카슨, 존 D. 우드브리지 지음 노진준 옮김 (서울: 죠이북스, 2024)
다양한 이(즘) 사이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나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는 일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다”라는 카피라이팅을 듣던 시간이 벌써 십수 년은 흘렀으니, 뉴에이지 장르의 음악을 친근하게 대하게 된 지도 오래되었으니. 그럼에도 더더욱 클래식으로 다가오는 글은 문장에 진심이 담겨 있다고 믿게 되는 편지에 있다. 편지만큼 펜을 통해서 진심을 적어 보내던 글이 있었던가 싶고(그 진심이 담긴 편지를 찾다 보면 만나게 되는 서신, 신약성서도 있다).
이번에 만났던 편지도 조금은 클래시컬 했다. 아니, 요즘 친구들에게는 편지가, 이메일처럼 쉽게 쓰지 않는 존재가 되었겠지만, 편지만큼 사람의 진심과 마음이 꾸욱 눌러 담겨서, 기다림의 순간을 주는 통신 수단임을 알 수 있을까.
49편의 진심 어린 편지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신앙과 신학과 목회의 주제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믿음의 길을 걷는 이들의 진심과 사랑과 존중이었다. D.A. 카슨 교수와 존 D. 우드브리지 교수가 기획한 가상의 편지임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만나게 되는 순간들은 그 시간과 공간 속으로 나를 이끌어갔다. 어느 분의 표현처럼, <스크루테이프의 편지>가 생각났다.
복음주의를 표방하면서 살아가는 많은 이에게 복음이란 무슨 의미를 줄까. 복음이 주는 평안과 사랑은 어떤 진심이 되어 다가올까. 이 책을 읽은 나는 경건주의를 표방하고, 메인라인 소속 교단의 신자이자 새 관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받아쓰기 이론에는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들이 보기에) 신앙을 갖고 있는 이유는 복음이 갖는 그 신비롭고도 강력한 힘에 있지 않을까.
책에서는 신학함에 있어서, 신앙인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갖는 고민을 돌아보게끔 만드는 문장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신앙함에 신학은 필수가 아닐까 믿는다. 누구나 다 제사장이라고 고백하는 프로테스탄트니까.
성경에 의하면 구원은 자신을 보여 주신 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신뢰함으로 되는 것이지 성경 교리에 대한 특정한 입장 표명을 통하여 되는 것이 아니다(성경에 대한 교리와 그의 일부분인 넓은 의미에서의 계시에 대한 교리에 입장 표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291~292쪽
오늘도 누군가는 성경을 처음으로 만나고, 듣고, 감격하고, 믿음의 길 위에 서게 된다. 또, 누군가는 신앙의 갈등 위에 서 있는다. 누군가는 목회를 통해 만나는 다양한 위기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살아가고 살아 낸다. 예수가 주님이자 그리스도라 믿고 나아간다. 나무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분이 그분이라고 고백한다.
대림절 기간이 시작된 즈음에 믿음과 신앙과 고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게 된 책이었다.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임을 보게 만든다.
[책을 읽을 때 염두에 두면 좋은 부분]
- 편지로 보여 주는 당시(1980-90년대)의 신앙, 신학, 문화, 사회, 정치적 상황들
- 미국, 백인, 복음주의자, 신학자와 목회자 가정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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