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싶은 시간도 선물이었습니다 이효경 글, 사진 (서울: 마음시회, 2023)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많은 일 가운데 스스로 얼마나 기쁨으로 누릴 수 있는지 생각해 본 기억이 있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누리지 못함으로 슬퍼하고 힘들어했는지 말이다.
한두 문장으로, 단어로 압축된 삶의 자리가 가볍지 않음을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거대한 역사의 기록만이 아닌, 개인의 삶 또한 우주와 같음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SNS상에서 특히, 사진을 위주로 남기게 되는 형태의 플랫폼은 지우고 싶은 순간이 아니라 남기고 싶은 추억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혹여 머릿속에 남게 될 장기기억에서 빠질지 모를 부분을 남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온전히 아픈 기억을 기록하기엔 다른 이들의 시선이 신경 쓰일 테니까.
그럼에도 누군가는 기록하고, 자신의 아픔을 드러낸다. 모두가 똑같이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함께 하면 N 분의 1이 되는 아픔이니까(그렇다고 모든 일을 오픈하는 일반인이 되진 마시라. 생각보다 타인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지만, 이슈가 될 부분은 기가 막히게 퍼져나간다).
기록 덕분에, 어쩌다 마주하게 된 글과 사진이 책으로 나에게 왔다. 아픔을 온전히 담아내고, 그 아픔을 승화시켜 선물과 같은 삶임을 깨닫게 도와주는 문장으로, 작품으로 나에게 왔다.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상황을 ‘선물’로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도와 삶이 필요했을까.
인생을 시처럼 압축할 수 있다면, 무슨 단어가 남을지 싶다. 그러나 이번에 읽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책의 글은 ‘선물’로 압축되리라 생각해 본다. 이후의 삶도 선물과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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