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자들 게리 하우겐, 빅터 부트로스 지음 (서울: 옐로브릭, 2021)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저자의 이름, 게리 하우겐. IVP에서 나왔던 <정의를 위한 용기>라는 책이 기억난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서 연속해서 읽게 되었던 책이었던 흐름이었다.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혜’와 ‘응답’이었음을 써놨던 글을 통해서 다시금 만난다. 그리고 이번에 읽어본 이 책을 통해서 한 번 더 힘을 내게 된다.
빈곤한 삶을 살게 된 이들이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벗어나기 힘든 것은 구조적인 부분도 있고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주안점으로 삼고 바라보는 점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거나 혹은 일부러 배제하는 것)으로 형사사법제도가 역기능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끔 한다.
아프리카 최악의 전쟁터에서나 일어나는 강간 횟수에 버금가는 성폭력이 일어나는 페루의 마을에서 당신과 내가 이런 일에 대해 조금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31쪽
위에서 예를 드는 어느 한 곳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여러 장소를 계속 예를 들어서 보게끔 만든다. 거기서 만나게 되는 빈민들의 삶은 뉴스나 광고에서 보는 것과 같이 잠깐 그런 게 아니라 지속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다음 날에도 이어지는 현실이다. 어느 한 장면을 찍는 게 아니라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어 유지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위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기 어려운 구글맵에서 검색하기조차 어려운 장소이지만 그런 곳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발생한다. 약자에 대한 강탈, 강간, 폭행 등의 상황이 수없이 자행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것의 원인은 역기능으로 실행되고 있는 사법 체계의 문제임을 말한다. 왜 이렇게 되는 것일까.
개도국의 법집행 제도는 대부분 식민 유산이다. 그 목적은 폭력에서 빈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빈민에게서 정권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비극적이게도 민중을 위한 근본적 제도 개혁은 없었다. 259쪽
효율, 공정, 정직, 기능을 갖춘 합리적으로 작동하는 법집행 제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285쪽
책은 이에 대해서 가해자와 경찰로부터 시작해서 법원까지 나아가고, 과거의 모습이었던 식민지의 흔적도 찾아가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빈민들을 위한, 민초를 위한 가장 시급한 도움은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형사사법제도의 수정임을 재차 이야기한다.
피해를 보는 당사자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그래도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함께 나아가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그들을 통해서 세상은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아픈 이웃을 보듬어주고, 정의를 세워나간다. 약탈자들이 정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함께 모여서 무너진 벽을 수축해 나간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저자가 꿈꾸던 일들을 함께 해나가는 동료들이 있고, 관련된 다른 NGO 단체들이 있고, 부패한 이들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무원 중에서도 유능하고 개혁을 원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협력하기에 희망을 본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400여 쪽, 11개의 장으로 세계의 모든 현장을 담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빈곤은 그들만의 잘못이 아님을 보여주고 시스템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사회의 폐단을 벗어날 수 있게 도울 수 있도록 힘을 보탤 방법을 알려줄 수는 있는 것이다.
빈곤론’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관련된 도움을 얻고자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다. 덕분에 나의 시야는 다소 복잡하고 멀리 느껴지던 법의 체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함을 배우게 된 시간이 되었다. 부디 개인의 문제로, 가족의 문제로 몰아세우는 이들에게 사회가 변혁되어야 함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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