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서적 리뷰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읽고쓰고나누고 2023. 1. 30. 23:50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박현선 지음 (성남: 헤이북스, 2019)

 

숏타임 ago, 형제자매가 있는 집들은 옷들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저의 경우에는 외동이라는 이유로 그런 행복(?)은 피해 지나갔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빗나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받아온 옷들도 입었으니까요.

 

그런 가운데에 들려본 적 없는, 가보지 못했던 곳이 있다면 중고가게 아니었을까요. 물론, 보세 가게나 빈티지 가게, 골동품 가게들은 존재했고 그곳도 나름의 중고 매장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마주하게 되는 그런 카테고리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가끔 그 내부가 궁금해지는 곳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자라나고 있을 즈음에 친절하고도 센스 넘치는 페친 분에게서 연말연시 선물로 받은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저를 주목시켰기 때문입니다. 바로,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라는 책입니다.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그곳을, 주변에 존재하는 그곳을 돌아보게 만든 것입니다(심지어 ‘아름다운 가게’도 직선거리로 600미터가 안 됩니다. 아내가 여러 번 방문한 요즘 핫한 저자가 근무하시는 ‘굿윌 스토어’조차도 들린 적 없는 순도 100퍼센트의 신품러버였습니다).

 

핀란드하면 먼저 떠오르는 (그 껌 말고)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저는 예전 사람이라(?) 핸드폰이 먼저 떠오르지만, 요즘에는 가구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지요. 여기에서 알 수 있는 디자인 강국이라는 이미지, 이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서 무조건 날아간 저자의 방문기이자 생활 기록,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며 마주한 핀란드 사람들의 중고가게와 물품에 대한 모습과 삶이 담긴 글입니다.

 

요즘은 우리에게 힙해진 중고 거래 문화의 활성화가 먼저 이루어졌다 생각이 드는 핀란드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앞날과 더불어 펼쳐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나는 이 가운데에서 과연 얼마나 자원을 낭비하는 존재였을지 아니면 자린고비와 같은 정신을 담아내며 썼는지 스스로 평가해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잘 아꼈고, 어느 면에서는 낭비한 모습이 떠오르는 게 정상이겠지요.

 

북유럽의 멋진 모습을 기대하며 책을 펼쳐보는 분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핀란드의 간략한 역사를 마주하게 되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일련의 행동들이 모더니즘으로 나타나고 시대에 알맞은 것이 되어 알려진 것이었음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간절한 만큼 이루어낸 것이겠지요. 일상을 살아냈고 그것이 모여서 기적을 이룰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결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다. 311쪽

 

책의 저자는 책의 뒷부분쯤에서 위와 같은 말을 전하여 줍니다. 어쩌면 좋은 면만을 보게 될지 모르는 독자들을 환기시켜주기 위한 문장이겠지요. 모든 인간은 완벽할 수 없음을,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책의 초반에 나오는 다음 문장을 기억해두고 싶습니다.

 

모두가 예술이고 연예인일 것 같은 뉴요커도, 파리지앵도 다 매체와 우리의 기대가 빚어낸 환상에 불과할 뿐, 그 도시에서 매일매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반복할 뿐이다. 55쪽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평범한 일상으로 빛내시기를 바랍니다. 아, 조금은 중고에 마음을 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조금은 열려졌습니다 :)

 

독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덧글

 

 책에 삽화가 많아서 읽기에 편합니다.

◇ 인터뷰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 그 '껌'이야기 안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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