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설, 산문

진실한 한 끼

읽고쓰고나누고 2022. 6. 5. 19:09

진실한 한 끼 신태진 지음 (서울: 여분의책방, 2022)

 

밥벌이하자며 나가서 제대로 챙겨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중한 식단을 맞이하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공간과 추억이 담겨 있어야 하기에. 그래서인지 저자의 말에 시나브로 동의하게 된다.

 

때때로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면 슬퍼졌다. 16쪽

 

어느 순간보다 소중한 지금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진실한 한 끼’의 의미임을 돌아보도록 만들어주는 시간. 이 책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다. 왠지 계간지에 만나볼 수 있는 문장들로 말이다.

 

학생 때부터 이어지는 점심시간이라는 작고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서 필사의 노오력을 다하는 이들을 만나게 되면 어떤 느낌이 들까. 대충 처리해야 하는 찰나가 아니라 다시금 꺼내볼 단편이 되도록 진행시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음식이 불러일으키는 정서는 년도와 주요 사건으로 요약된 연대기보다 더 깊고 사소한 내면에 뿌리내리고 있다. 48쪽

 

저자의 문장은 그래서 내 삶의 한 부분을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내 인생의 가장 기억하고픈 순간들에는 항상 어느 식당의 자리가 남아 있도록 했음을. 그리곤 그것이 추억이라고 명명될 수 있음을.

 

열여섯 꼭지로 식단을 차려주며 이야기하는 저자의 레시피는 나에게 그래도 밥은 먹고 다니라고 말해주는 순간으로 다가온다. 물론 절체절명의 순간처럼, 고민을 안겨주는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항상 면을 시키면 밥이 아쉽고, 밥을 시키면 면이 아쉽다. 58쪽

 

인생이란 너무 커다란 고민에 파묻히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말처럼, 사소한 것에 담겨 있음을 돌이켜 본다. 그리고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은 절대적인 사명이 아님을 기억한다. 그래서 다음의 저자의 말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어떨까 싶어지는 순간이 된다.

 

주어진 오늘을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는 의식을 치르기에 알맞은 아침 메뉴를 골라 봐야겠다. 226쪽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날개를 대신하는 띠지의 유용성

반응형

'시, 소설,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생애 처음으로 공부하지 않은 날  (0) 2022.07.12
기특한 나  (0) 2022.06.17
다시  (0) 2022.06.04
엄마의 엄마  (0) 2022.06.03
카인  (0) 202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