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경 6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

프롤레타리아 여인의 밤 이숙경 지음 (고양: 인사이트브리즈, 2023) 영혼이 성장하는 시간은 평생에 걸침이 아닐까. 그렇다고 모두 다 성장하기 위해서 달려가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내지르지 않더라도 광속으로 나아갈 테니까. 그렇기에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랑하면서, 서롤 보면서, 서늘해지고, 살아 내 본다. 이숙경 작가의 작품을 여럿 읽으면서 항상 어느 부분에선가는 차갑고, 무겁고, 관능을 꿈꾸는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항상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그려내는 특유의 문장이 다가온다. 이 소설에서는 조금 더 그녀만의 종교적 색채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조금 더 멀리서, 주변에서 느껴지는 죽음과 삶에 대한 미묘한 관전의 마음이 느껴질 뿐.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작은 공간에서 마주하는 여러 감정과..

시, 소설, 산문 2024.12.10

유라의 결혼식

유라의 결혼식 이숙경 지음 (서울: 문이당, 2009) 장편소설만 읽거나 수필을 좋아하던 나에게 단편소설의 맛을 알려준 작가. 그분의 두꺼운 소설책을 읽으니 특유의 문장이 너무 다가왔다. 왠지 모를, 가슴이 아파질 것만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덤덤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세월이 흐르기를 바라게 되는 문장이기도 하지만. 매번 이 작가님의 산문을 주로 읽다 보니, 이 책에서도 특유의 현실적이면서도 아련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 이 부분은 사실에 기반한 문장이 아니기를 바라게 될 정도로 말이다. 다행히(?) 이 책은 산문보다 덜 현실적이긴 하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에 사랑도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이라는 주제는 이제 청춘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중년에게도 있음을 이제는 안다. 많은 이들이 ..

시, 소설, 산문 2023.01.22

하나님의 트렁크

하나님의 트렁크 이숙경 지음 (고양: 인사이트브리즈, 2016) 어느 작가 한 분에게 꽂혀서 책을 사 모으게 되는 건 즐거운 경험이다. 그런 팬심을 갖게 되기에는 분명히, 매혹적인 문장으로 만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일까 싶은 책의 제목을 보면서 코로나 덕분에 제대로 나가보지 못한 여행이 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마음껏 날아오르고 싶다 해야 하나. 이런 조금은 과해 보이는 욕구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라 할 수 있는 의식주가 선행되어야만 즐거운 마음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은 87개의 글이 담겨 있고 자신의 의식주를 오픈하는 작가의 모습을, 삶을 보게 된다. 화려하고도 멀리 떨어진 문인의 삶이 아니라 우리 옆에 존재하는 이웃으로. 이런 작..

바람의 신부와 치즈케이크

바람의 신부와 치즈케이크 이숙경 지음 (서울: 엠오디, 2020) 산문집을 읽으면서 그리고 이를 어떻게 또 다른 글로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저자의 문장을 대신해서 쓰는 것이 전달력이 있을까. 그렇다고 복사하여 붙여넣기처럼 하는 것이 글에 대한 도리가 될 수 있을까. 우연찮은 기회로 알게 된 작가의 글을 연속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행운이면서도 우려가 된다. 직접적인 앎이 아니라 문장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들이 통전적인 앎보다 실체 없는 그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처럼 될까봐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삶은 글에 묻어난다고 믿기에 오로지 글로만 만나고 싶은 딜레마에 빠진다. 알고 싶다. 그러나 온전한 앎을 글을 통해서 가능하고 싶다. 마치 이루어질 수 없는 목표처럼. 바람의 신부라는 ..

시, 소설, 산문 2022.04.07

1944, 테러리스트, 첼로

1944, 테러리스트, 첼로 이숙경 지음 (서울: 테오리아, 2018) 한 작가의 글을 따라가며 읽는다는 것은 그의 문장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래서 그 걸음이 이어진 곳은 두 편의 단편소설이 하나로 되어 나온 이 책이었다. 「유다의 키스」라는 작품과 더불어 책의 제목으로 차용된 「1944, 테러리스트, 첼로」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해설도 들어 있었다. 문학 평론가도 아니거니와 작품에 대한 해설을 먼저 읽게 되면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감정과 사뭇 다르게 다가올지 모르겠다는 나름의 선입견을 갖고 두 편의 글부터 읽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문장을 만나게 되면 몰입하게 된다. 일부러 끊지 않으면 계속 읽고 싶어지니까 기억나는 단어, ‘미각돌기’와 ‘두 주님’이..

시, 소설, 산문 2021.10.03

대한민국에서 교인으로 살아가기

대한민국에서 교인으로 살아가기 이숙경 지음(서울: 엠오디, 2020) 신앙인 그것도 오래된 구(?)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축복이자 걱정거리입니다. 남들보다 많이 알아야 하고, 많이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하고, 고상한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라서 그럴까요. 무엇보다 어른의 입장이 되었기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은 아직 어린 아이와 같을 뿐인데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질감도 존재하겠네요. 난 아직 어린 신앙이라고 되새김하면서 말이지요. 물론 이 수필집은 앳된 신앙인이 아닙니다. 열심히 살아가면서 우리의 자화상을 관찰하는 소설가이십니다. 나와 너라는 존재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기자의 느낌도 물씬 납니다. 축복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 책과의 만남은 어느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루어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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