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영성이 우리를 구원할까? 조너선 윌슨하트그로브 지음 (서울: 홍성사, 2013)
롱 타임 어고, 뚱뚱하고 완전 평면이 되고 싶었던 CRT 모니터에는 파란색 바탕을 기본으로 하는 추억의 ‘새롬 데이타맨 프로’를 통해서 ‘하이텔’과 ‘나우누리’를 접속했었다. 그래서였을까 영화 <접속>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고, 모두의 도토리를 훔치던 ‘싸이월드’로 그리곤 어느새 ‘페이스북’의 세상으로 옮겨온 내가 되었다. 그 가운데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고 지금까지도 연락이 되기도 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나에게 고마운 곳이다.
그러나 이 SNS를 “인생의 낭비”라고 부르는 유명인들이 존재하는 만큼 확실히 명암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현실을 살아 내지 못하고, 사이버 세계에만 갇혀 지낸다면 말이다. 이런 질문들이 계속 생기고 있었고, ‘양화진 책방’을 가게 되어 만나게 된 홍성사의 책은 제목이 나를 이끌게 했다. <페이스북 영성이 우리를 구원할까?>라는 문장이 주는 질문이 묵직했다고 할까. 물론, 원서의 제목은 <The Wisdom of Stability>이니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긴 한다.
어느 기사의 내용처럼 한국어판 제목이 갖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기에 적절한 제목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좀 더 정적인, ‘정주함의 지혜’, ‘머무름의 영성’, ‘멈춰서 누리는 신앙’으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보았다.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정주’였기에.
책의 제목이 담지 못하는 부분들이 더더욱 크게 다가오기에 조금은 더 아쉽기도 하였다. 현대 사회에서 누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일깨우는 멈춤의 영성, 노마드적인 삶을 꿈꾸기보다 결국에는 머물러 살 곳을 찾아나서, 거기에서 살았던 유대 민족의 이야기. 거기에 더하여서 수도원에서 평생의 삶을 반복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누리는 신앙함의 모습까지 모두 담아낼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좋은 책을 왜 나는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을까 싶은 아쉬움도 가져보았다. 계속 읽어 나가고 싶었지만, 자꾸 멈추게 되고 옮겨 적고 싶은 문장이 등장하는 얇은 책인데 말이다. 돌아보니 개인적으로는 바쁘고 바빠서 절독하고 몰빵해야 했던 시기였기에 놓치게 되었다. 그때 알았더라면 또 다른 삶으로 책이 나를 이끌었을 테고, 또 다른 신앙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책.
‘공동체’에 대한 현대인의 갈망은 본향을 그리워하는 뚜렷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휴대전화와 소셜 네트워크가 있는데도 이웃과 단절감을 느끼고 소속감도 부족한 사람이 많다. 가슴이 시리도록 진짜 공동체를 갈망하는 사람도 사회적인 힘에 떠밀려 엉뚱한 곳에서 공동체를 찾는다. 35쪽
책을 읽고 나서 다시금 앞으로 돌아와 책날개에 있는 저자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니 더럼에 정주하고 있었다. 영국의 더럼이 아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더럼. 분명 그곳에는 또 궁금한 분이 살고 있기에 더 반갑기도 한 책의 내용이었다고 할까.
책의 내용은 개혁주의적 색채가 많이 묻어나는 동아시아 반도의 국가의 기독교인에게는 생소했으리라. 미국의 남부에서 정주하며 사는 흑인의 신앙 공동체의 일원이자 수도원 영성을 소개하는 저자의 글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다시금 사막 교부의 글을, 수도원의 영성을 궁금케 만드는 책이 당기게 했음을 적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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