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미로 책의 지도 송인규 지음 (파주: 비아토르, 2021)
많은 책에 둘러싸여서 살아가는 게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느 노래 가사처럼, 책 속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 보이시나요. 책이 주는 안정감이 꽤 좋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책이 많을수록 공기가 탁해질 수 있어서 공기청정기도 필요해집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도 생기지만, 다른 독서가분들은 어떤 방법으로 읽어나가고 관리할지 궁금해지게 됩니다. 저처럼, ‘텍스트 숲에서 길을 잃’지는 않는지 말이지요. 그러다가 발견한 책은 저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의 미로 책의 지도』가 그랬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나와 같기를 바라던 마음(!)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나만 괴짜가 아님을 인증받았기 때문이랄까요.
나는 성격이 특이해서 그런지, 책에 관해 몇 가지 금기가 있다. 우선, 책의 낱장을 접어놓지 않는다. 책을 원래 형태 그대로 보존하려는 의지가 강해 접은 자국을 무척이나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는 책 페이지의 귀퉁이조차 접어놓지 않는다. 필요하면 거기에 책갈피를 꽂아 놓았다가 참조할 일이 끝나면 다시금 원위치 한다. 나는 특히 책 내용에 볼펜이나 형광펜으로 밑줄 치는 것을 매우 꺼린다. 59쪽
순수 그 상태로의 보존을 원하는 나와 무엇이든 적고 싶고, 접고 싶은 이들과의 싸움은 참 힘듭니다. 가끔 매우 안타까운 상황도 있는데 그것은 책의 단면에 묻어버린 물 자국 혹은 커피 자국은 저의 가슴에도 눈물 자국을 만들어 줍ㄴ….
저자의 글은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만나게 되는 부분에서는 책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히스토리를 통하여 책의 소중함도 배워보고, 삶을 이끌어간 독서의 여정을 배워보게 됩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보다 더 현실적이고도 적용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책을 읽고 고르게 되는 것은 자신의 배움과 필요, 삶의 자리에 따라서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철학 박사 학위를 따고, 귀국하여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자리에서 살아야 했고, 동시에 목회적인 입장을 갖고 계셨기에 목회에 도움이 될 책들도 보셨을 것입니다. 자신의 신학적 전통을 따라서 개혁주의적인 입장의 책들도 많이 보셨을 것이며, 체화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책에서 추천하는 책들은 보다 더 개혁주의적인 입장의 책들이 많았으리라 생각해보게 됩니다. 또한, IVP에 계셨던 경력이 담겨 있어서 P 책들도 많이 나옵니다 :)
책 읽기에는 도사들만이 누리는 무슨 비전의 묘법 같은 것이 없다. 55쪽
책을 읽는 것에 있어서 지름길이란,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책을 성실히 읽어나가는, 정도(正道)를 따라 걷는 게 아닐지요. 성실히 읽어나가면, 시나브로 달라질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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