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마지막 말들 플레밍 러틀리지 지음 (서울: 비아, 2023)
어느덧 사순절의 클라이맥스인 고난주간이 다가온다. 내일은 보통 종려주일로 지키는데 그 유명한 ‘호산나’를 듣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오시는 이유가 가시기 위함인데 그걸 모르고 환영하던 인파들 아니, 돌변하게 될 군중들의 아이러니.
책의 내용은 제목처럼, 예수님의 마지막 말이라 전해지는 가상칠언들을 통해서 이루어진 일련의 강의들과 설교를 책으로 출판하게 된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의례적으로 사순절이라서 읽기보다 조금은 진심을 담아서 읽는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읽어 내려갔다. 그리곤 나에게 다가오는 말씀들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할까.
저자의 글은 여러 출판사에서 국내에 소개되었음에도 읽어본 분들만 읽어봤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명 저자가 아니면, 국내 저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군중의 느낌처럼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책 말고도 1권이 더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을 가져보았다.
문장을 하나씩 읽다 보니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역자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오리지널 텍스트 자체가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묵상과 설교의 그 사이 어딘가로 읽어지는 내용이었다(묵상과 설교라고 쓰니 어느 격월간지가 떠오르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이 사회에서 쓰레기 취급받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는 스스로 쓰레기가 되셨습니다. 32쪽
어느 설교자의 간증에서나 들어봤던 표현을 문장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 그것도 예수님을 표현하는 것으로 만났을 때의 파장이 컸다. 과연 나는 이런 자세로 살아갈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내가 아는 예수와 성서의 예수, 이 세상을 살아내셨던 예수는 얼마나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는 것이냐는 말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결국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와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사이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122쪽
예수를 믿고 쫓는 삶에서는 또 위와 같은 차원의 삶이 존재할 것임을 다시금 배운다. 흔히 신학에서 쓰는 ‘이미’와 ‘아직’의 용법이 느껴지는 문장이었고, 삶의 방향성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믿는다는 것에 대해서 심도 있는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고난주간이다. 가상칠언 속에서 조금은 더 예수님을 알아보고, 닮아가고,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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