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종교학

교회가 가르쳐주지 않은 성경의 역사

읽고쓰고나누고 2022. 3. 26. 15:30

교회가 가르쳐주지 않은 성경의 역사 정기문 지음 (파주: 아카넷, 2020)

 

주의: 보수적인 신앙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책

 

교회를 다니면서 성경 공부 하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이걸 무시하다가 신흥종교의 성경 공부에 가게 되기도 한다. 혹은 성경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는 들었고(설교로), 나름 읽거나 배웠던 내용들을 떠올려 보지만 저 멀리 어딘가에 있어서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 그런 것 중의 하나가 되어 버린 성경에 대한 이해.

 

분명, 교회 N년차라서 성경을 많이 배운 것 같은데 무언가 남은 게 없다. 왜 그럴까 고민하면 요즘 말로 노답이다.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성경에 대해서 객관적인 앎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 아닐까. 오롯이 성경을 하나님(혹은 하느님)의 말씀으로만 배워서 그런 것은 아닐까.

 

원래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자기가 거룩한 경전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7쪽

 

어디선가 말만이라도 하나님의 책이면서 사람의 책이라고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날 것이다. 그런데 한쪽에 치우친 배움으로 인해서 사람의 책이기도 하다는 것을 놓쳤던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리고 위의 문장처럼 신약성경의 저자(혹은 기록자)들은 자신이 쓰고 있는 내용이 경전이 될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성경이란 예수께서도 언급하셨듯이 유대인의 성서인, 토라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질문과 답을 갖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성경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게 된다. 이를 도와줄 책이 이번에 읽어봤던 책이다. 지금은 절판된 바트 어만의 <성경 왜곡의 역사> 혹은 민경식의 <신약성서, 우리에게 오기까지>와 같은 책들을 읽어봤다거나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또 하나의 관련 도서라고 할 수 있다. 더하여서 일반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기에 보다 더 객관적이고, 일반교양 수준에서의 가르침도 감안하여 쓴 책이기에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책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

 

이 책의 구성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나오는 프롤로그를 읽으면 앞서 인용했던 문장을 만날 수 있는 ‘호사’를 누릴 것이다. 더하여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그러나 잘 알아야 하는 성경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성경의 정경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분들에게는)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사복음서의 제목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3장에서는 예수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느끼도록 도와주며, 4장에서는 정통과 이단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끔 해준다. 5장에서는 그 유명한 영지주의를 6장에서는 마가복음의 끝부분을 주요하게 다루며, 7장에서는 요한복음의 간음하다 잡힌 여인 이야기와 마지막 부분에서 만나는 베드로 이야기를 다룬다. 8장에서는 바울서신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며, 마지막으로 9장에서는 이어지는 내용으로 볼 수 있는 성경에서 여자에 대한 입장의 변화를 만나 보게 된다.

 

일반교양을 목표로 하는 책이지만, 학자의 열심이 느껴진다. 풍부한 참고문헌과 미주 스타일의 목록은 웬만한 신학자들의 글과 비견될 퀼리티였다. 더하여서 쉬운 문장을 구사하고 있기에 그 문장의 파괴력도 강렬하다. 그저 잘 읽고 소화만 해낼 수 있다면 권하여 드리고 싶은 책임에 확신을 가지며

 

작가에 대한 소개란

 

도서관에서 빌려왔으나 곧 살 생각이 든 책이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생각할 부분을 만들었던 문장을 추가로 적어 봅니다.

 

성경은 인간이 만든 ‘텍스트’이며, 성경의 본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지 말고 그 의미를 새겨서 읽어야 한다는 사실. 12쪽

 

필사본을 추가로 구할 수 없었던 에라스무스는 후대의 관점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매우 기이한 일을 저질렀다. 필사본에 없는 부분을 공란으로 남겨놓지 않고 불가타 성경의 라틴어 텍스트를 그리스어로 번역해서 누락된 부분을 은밀히 보충했던 것이다. 약 300년이 지난 뒤 누락 부분을 담고 있는 그리스어 필사본이 발견되면서 신학자들은 비로소 그가 ‘기만행위’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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