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교인으로 살아가기 이숙경 지음(서울: 엠오디, 2020)
신앙인 그것도 오래된 구(?) 신앙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축복이자 걱정거리입니다. 남들보다 많이 알아야 하고, 많이 가르쳐줄 수 있어야 하고, 고상한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라서 그럴까요. 무엇보다 어른의 입장이 되었기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내 마음은 아직 어린 아이와 같을 뿐인데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질감도 존재하겠네요. 난 아직 어린 신앙이라고 되새김하면서 말이지요.
물론 이 수필집은 앳된 신앙인이 아닙니다. 열심히 살아가면서 우리의 자화상을 관찰하는 소설가이십니다. 나와 너라는 존재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기자의 느낌도 물씬 납니다. 축복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 책과의 만남은 어느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루어진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신앙리포트를 점잖게 그러면서도 여실 없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수필이지만 4부로 구성된 그리고 마지막에는 설교문이 들어있는 본격(!) 신앙서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장으로 쓴 글들을 만나면서 나의 신앙도 점검해보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이 마주하게 되는 여러 상황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저자의 삶에서 목도하게 되는 환우 가족의 삶은 솔직 그 자체였습니다. 예전의 기억들이 되감아지는 순간이기도 했네요. 그 시간을 견뎌낸 어머니와 저에게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말이지요.
작가라도 자신의 삶을 오픈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소위 잘난 모습이 아니라 아픈 손가락 같은 부분이기에 더없이 존경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문장은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느낌을 줍니다.
지금은 하루의 한줌쯤 우울하고 그 나머지 시간은 아름답다. 13쪽
앞의 단어 ‘지금은’을 빼더라도 명문입니다. 참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위로의 문장이라고 할까요. 참 아프고 참 좋았던 그 시간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누구에게 등 떠밀리듯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에게는 시간이 금과 같은 아니 금보다 귀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모든 것들을 데이터화 시키고 이것을 통해서 정보를 캐내려고 바쁜 와중에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혹은 사치와 같은 일이 되어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귀 기울이는 삶을 보여준다는 것이 다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스도인은 소외된 이들의 삶을 보듬어주는, 함께 하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리라 믿습니다.
책의 제목은 책 내부의 제목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제목처럼 그리고 앞서 쓴 내용처럼 대한민국에서 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짚어주는 이 수필집 한번 천천히 읽어보시기를 바라며
저는 이 책을 우리 동네 도서관에 신청해서 봤습니다. 동네 신앙인들이 혹은 목회자분들이 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기독 서적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도인 변호 (0) | 2021.07.05 |
---|---|
한밤을 걷는 기도 (0) | 2021.06.27 |
환영과 처형 사이에 선 메시아 (0) | 2021.06.02 |
내게 왜 이러세요? (0) | 2021.05.17 |
팀 켈러의 부활을 입다 (0) | 2021.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