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모략, 그리고 나
톨레 레게. 이 책을 집어서 펼쳐 보게 된 사람, 어거스틴이 있다. 물론, 어거스틴처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성경을 읽게 된 것은 아니지만, 제목이 상당히 인상 깊었던 흔히 쓰지 않는 ‘모략’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걸고 있어서였을까. 이 책을 서점에서 집어들은 것은 끌림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보통 서점에서 신간이나 할인되는 책만을 집던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던 책. 두꺼운 책을 싫어했던 나에게 의외의 순간이었다.
‘모략’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보통 좋은 의미로 사용되지 않기에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될 뻔했다. 하지만 이런 뉘앙스로 쓰인 것이 아님을 조금만 읽더라도 알게 된다. 저자의 말을 빌려본다면, 하나님의 모략(The Divine Conspiracy)은 인류 안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하나님 나라의 숨은 역사입니다. 15p 성스러운 혹은 신묘한 역사하심이라고 해석해야 할까. 흥미롭게 다가가도록 만든 책이라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본서의 초반부에는 전복 비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똑바로 보는 것인지 혹은 뒤집혀진 모습인가에 대한 성찰, 나의 선택이 잘못된 방향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과연 나의 삶은 주님이 보시기에 올바른 것인지, 아니면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는 전복비행의 상황일지 생각하게끔 만든다. 쉽게 읽기를 도전하기 어려운 벽돌이라고 불릴만한 약 600쪽 달하는 본문의 책이다. 이 책이 시리즈 중에서 마지막 3번째라고 하니 먼저 출판된 책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이 책에서 쓰는 개념 중에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 나라’라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정리될 수 있다. 모든 피조 세계의 근원자이자 통치자이시기도 한 이 하나님의 실체가, 바로 우리가 삼위일체적 우주 안에 살고 있다는 말의 의미다. 이것이 ‘우리 안에 있는 하나님 나라’의 우주다. 571p 내가 주 안에 있고, 주께서 내 안에 계심을 믿고 나아가는 기독교인이라면 이해하기에 좀 더 쉬울 것 같다. 더하여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운행하시는 분이 우리 하나님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더욱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책에서는 나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통찰을 더하여준 내용들이 많다. 일일이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좌로나 우로나 치우친 생각이 아닌 날마다 하나님을 향하여 나아가길 원하는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보시기를 권하여 드리고 싶었다. 좋은 책을 만나고 읽기 시작하면 그만큼 더 하나님을 제한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열릴 수 있다. 저자가 만난 하나님을 정리된 글로 만나볼 수 있으니 말이다.
'Think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너 우리의 행복 - 합리적 비혼주의자는 존재하는가 (0) | 2020.07.09 |
---|---|
기독교사상 2020년 6월호를 보고나서 (0) | 2020.07.07 |
장미와 찔레, 장미와 찔레2를 읽고서 생각해보다 (0) | 2020.03.04 |
웹툰 봄이와 1,2권을 읽고서 생각하다 (0) | 2019.06.20 |
일상의 영웅이 필요한 것인가 (0) | 2018.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