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 김영봉 지음 (서울: IVP, 2019)
가만히 이벤트에 응모하였지만, 역시나 인기 많은 분이시기에 당첨되지 않았던 책을 서점에서 구매하였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사 보았던 것 같지만,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더욱 관심이 갔던 것일 테다. 책의 거의 시작 부분부터 나를 위로해주는 문장을 발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까.
산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입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들이며
모두 상처 입은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20p
상처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 상처는 그저 아물면 될 것이라는 단순한 믿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거기에 덧입혀진 가면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저자의 성찰에 동의하게 된다.
약해져야 할 때 약해지는 것이 진실로 강한 것입니다. 26p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약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강요를 받고 살아간다. 특별히, 대한민국 사회에서의 남자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우는 자와 함께 울라고 하며, 나를 낮추고 버릴 때 주가 함께 하심을 보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약해질 줄 알아야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는 것은 오로지 주님이시기 때문이다.
진정한 상처의 치유는 하나님에게서 은혜를 입을 때 시작됩니다. 27p
우리의 육체적인 상처와 정신적인 아픔에 조치를 취하는 것은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대체적으로 대증적인 방법을 쓴다. 단지 증상만 개선시키는 것일 뿐, 아픔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은혜 아닐까.
나 자신이 상처받은 사람임을 또한,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저론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임을 일깨워준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존재하는 우리라고 하지만 그 기울어진 운동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평평하게 되게끔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그리스도인이 아닐까.
더 나아가서 책에서는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설명해 나간다. 타인의 죽음,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나의 죽음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아닌 인간이라면 한번쯤은 겪게 되는 순간이며, 이를 통과해서야만 아브라함의 품에 안겨 쉬던 나사로와 같은 일을 만나게 되는 것이리라. 그렇기에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절망에 이르게 하는 병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통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겪는 고난이 불필요한 것이 아님을 상기케 해준다.
믿음은 고난을 제거하자는 노력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약속하신 적이 없습니다. 155p
우리의 삶은 날마다 즐거움으로만 가득할 수 없다. 다만 어느 순간에 처하든 믿음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닐까. 아프면 아프다 말하고, 기쁘면 기쁘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은혜이며, 삶을 올바르게 이끌어나가는 방법이리라. 그렇기에 저자의 다음 문장에도 동의하게 된다.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품어야 할 신비입니다. 174p
내가 주인이 아니라 주님이 주인 되시는 삶은 신비로 가득 차 있는 것이리라. 내가 주 안에 주님이 내 안에 계심을 고백하는 삶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 심심찮게 다가오는 책의 내용은 조용히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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