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미덕 톰 라이트 지음 (서울: 포이에마, 2010)
오랜만에 톰 라이트의 글을 읽으니 문장의 표현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물론, 번역된 책이기에 저자의 오리지널한 뉘앙스를 느끼는 것은 어렵다. 심지어 원서를 살펴본다고 하여도 그 문화 속한 사람이 아니기에 동일한 인상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자를 넘어서 나에게 다가오는 문장은 표현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예수께서 사용하셨던 대화만큼의 충격을 가져올 수는 없지만, 단어의 선택과 배치를 보게 만든다. 글을 쓰는 것과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의 차이랄까.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단지 사후만을 위해서 준비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장차 내려올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며, 지금 이 곳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해나가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바로 그 모습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8장의 내용을 통해서 논증해 나간다. 이방인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해서 현재 교회를 이루는 공동체의 삶까지 나아가는 흐름을 보게 된다.
본서는 서양 교회의 전통을 따르는 곳을 기준으로 쓰였다고 서두는 심심찮은 사과를 표하며 시작한다. 사람이란, 자기가 속해 있는 문화권에서 벗어나서 설명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제1세계라는 표현보다는 크리스텐덤(Christendom)을 이루었던 구미 국가가 나은 표현일까. 현재는 글로컬화되었기에 남미의 사람들이 미국에 스며들어 있기에 앞선 구분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나, 서양의 전통적인 이해를 위해선 그대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다시금 글로 돌아가서 생각하여 본다. 흥미로운 예화를 들면서 글은 시작된다. 규율을 중시하는 사람과 자유를 중요시하는 사람, 이런 차이가 결국에는 두 가지 지류로 나아감을 보여주며, 이 중에 어느 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 함께 나아가야 함을 설명한다. 또한, 삶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위기를 순간적으로 잘 대처해나간 예화가 나온다.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함을 알려주는 좋은 예화였다. 이것을 그리스도인의 삶에 적용하여 그리스도인다운 결정을 할 수 있게끔 준비되도록 만드는 것, 미덕임을 논증해 나간다.
이 외에도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팔복과 관련된 이야기 등을 다루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성화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비기독교인이 읽게 되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저자의 표현처럼 말하자면, 그리스도인의 미덕은 이방인의 미덕과 겹치는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부분이 존재하고 이것이 더욱 좋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말이다.
심지어 족보조차도,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때늦은 꽃을 피우는 난초와 같이 하나님의 목적에서 중대한 다음 사건이 펼쳐지기 전에 대대로 어떻게 믿음과 소망을 품고 살았는지를 보여주며, 그 하나님의 목적이 지금도 이루어지는 중이라는 강한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433p
그리스도인으로서 성경을 읽다보면, 족보라는 읽기 어렵고 따분한 부분이 등장함을 안다. 하지만 이 족보조차도 위의 문장처럼 은혜로 인하여 다르게 다가올 수 있음을 알게 된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도덕적 본보기로서의 예수는 일종의 길들여진 예수, 종교적인 마스코트일 뿐이다. 217p
또한, 위의 문장처럼 비기독교인이 바라보거나 자유주의자들처럼 그저 고상한 선생님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예수님은 우리의 주 그리스도이심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완전한 인간이시면서, 동시에 완전한 하나님이심을 말이다. 이 예수를 믿는다고 낙인처럼 사용했던 그리스도인이라는 단어는 헛되이 사용되어선 안 된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무언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이 다름이 단지 종교적 차원의 다름이 아니라 삶으로 나타나는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제2의 천성으로 나타날 수 있어야 복음을 삶으로 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미’와 ‘아직’의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과연 그리스도인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흉내만 내는 모조품일까. 스스로에게도 물어보게 된다. 그래서 더욱 더 삶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만들어준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성령의 모든 열매, 한 몸으로서의 통일성 등, 이 모든 것은 이방인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뛰어넘는 것이며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만 주어지는 선물들이다. 395p
오로지 엎드려서 간구해야 할 것이다. 마라나타! 나의 삶에 임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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