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지 않은 마음 레나타 살레츨 지음 정영목 옮김 (서울: 후마니타스, 2021)
탈진실의 시대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받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시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라고 소개하면 좋을까요. ‘회피’, ‘부인’, ‘라캉’, ‘불교적’, ‘철학’이라는 단어들이 주제가 되어 한편의 글로 써 내려간 책.
7개의 챕터를 통해서 저자는 자신이 연구한 내용을 착실하게 논증합니다.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이미 도입부의 서론에서 되어 있기에 궁금하시다면 책을 펼쳐서 읽어 보시길 권하여 드립니다. 또한 결론도 깔끔하게 나와 있습니다 :)
깔끔한 글이 되었다는 것은 결국, 준비된 글의 철저함과 위트와 적절성이 인생을 대함에 있어서 어떠해야 할지 보여주는 글이라고도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저자의 모습과 대비하여 나는 과연 얼마나 성실하고 유머 감각 있는 사람인지 묻게 되네요.
죽음과 고통 앞에서도, 장애와 치료 앞에서도, 유전과 사랑 앞에서도 또한 빅 데이터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는 코로나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로 이어지는 저자의 성찰과 안내는 새로운 것을 애써 부인하려는 마음을 가진 독자인 저를 통찰로 이끌어갑니다.
조금 더 자세히 적어 보자면,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존재가 있는 것처럼, 자세히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고지사항과 계약의 내용을 급하게 훑고 지나가는 순간순간마다의 ‘자기 부인’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급하다 하여도, 진료와 관련된 동의서의 내용을 살펴봄이 부족하다면 후에 나타날 상황에서의 적극적이고도 확실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1초가 급한 진료라면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저자가 말하듯이 온라인상에서 마주하는 사용 동의서는 앱을 설치하려면, 혹은 사용하려면, 비동의할 수 없는 무조건적이고도 확실한 클릭을 요구하는 동의 버튼이지 않을까요. 저자의 언어로 쓰자면, 강요된 선택이 되는 일들.
책이 나오기 직전에 벌어졌을 코로나에 대한 저자의 성찰은 코로나 이후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독자가 읽기에 과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담겨 있습니다. 충분한 사유를 통해서 접근하고자 했던 저자의 마음이 담긴 글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글을 정리해 봅니다.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에 직면하고, 삶을 직시하고, 조금 어려운 말로(?) 직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삶, 바로 이 모습이 삶에서 철학을 그려내고 살아내는 사람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성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때 한 걸음 더 진보하리라 믿습니다. 어쩌면 내일의 나는 오늘과 과거가 더해진 총합 그 이상의 존재일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글을 읽고 해주시길 바라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봅니다.
다른 사람들의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하는 것은 우정의 새로운 대가가 되며, 상대도 자신을 좋아하고 인정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187~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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