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내일이 없더라도 도갈드 하인 지음 안종희 옮김 (서울: 한문화, 2024)
우리에게 내일이 없더라도 내가 알던 지구는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가져본 적이 없나요. 인류의 문명이 멸망한 후에 벌어질 언해피한 리얼 생존 본능 게임을 살아갈 모습이라서 영화로만 보고 싶은 장면일까요.
이번에 주어진 기회로 읽게 되었던 <우리에게 내일이 없더라도>는 매우 다크하고 슬픈 미래라고 생각하게 될 인류의 하향 곡선의 상황, 기후 위기와 같은 커다란 변화 속에서 살아가고 살아갈 ‘우리’를 위한 글이었습니다.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 혹은 어떤 방식을 세계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과학이 세상을 이롭게 만든다고 믿기에, 기술이 나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믿기에 그것에 모든 것을 걸고 싶은 마음을 갖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과학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아님을 잊고 살았던 게 아닐지 돌아보게 됩니다. 저자는 24개의 글로써 우리 세계와 과학과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영원을 살 것처럼 살아가는 인간, 죽음을 병으로 생각하고,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 등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러면서 잊곤 하는 사실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우리의 육체는 언젠가 화장 또는 매장될 것이며, 이것은 삶의 평범한 과정일 뿐이다. 내 삶이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를 취약하고 의존적인 상태로 놓아주고, 내가 광대한 시간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49쪽
삶의 자리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존재이자 먼지로 돌아갈 존재인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명 연장을 통한 영생을 꿈꾸진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만들어 갔던 근대라는 이름의 1 세계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고요.
흑인을 매매하고 마음대로 처분하는 산업적 노예무역의 희생자들이 재배하고 채굴한 원재료는 새로운 산업 경제에 제공되었다. 이러한 체계적인 노예제는 철저히 백인들의 역사였으며, 산업 경제 실현에 필수 조건이었다. 또한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는 프로세스다. 54~55쪽
이 외에도 책에서는 다양한 내용을 통해서 고정된 우리의 시선을 교정해 줍니다. 과학 너머의 세상이 존재하고, 상식을 다시금 현실로 불러오게 되는 근대화의 종말을 이야기합니다. 전통이라고 부르는 선대의 축적된 지식을 통해서 다시금 살아냄을 감당해야 할 미래가 오고 있음을 이야기하면서요.
아름다운 도시의 한복판, 에어컨이 있는 회의실에서 나는 내가 첨단 과학에 의존해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전보다 명확히 깨달았다. 겹겹이 깔린 자동 시설, 기계화 시스템, 계절을 한날 배경 장식으로 만드는 물질적 진보의 달콤한 열매들은, 유명한 기후 변화 연구소의 책임자가 파워포인트 앞에서 차트의 숫자를 일일이 제시하며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이유처럼 보였다. 59쪽
기술의 진보, 과학의 발견으로 이루어내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안은 결국,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어항 같은 세계’로 되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살아낼 존재가 인간이자 생명인 지구의 모습이 될 수 있을 테고요.
책을 통해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실 것입니다. 기후 위기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던 저자가 멈췄다가 다시 말하게 된 이유와, 기후 위기와 과학과 환경운동, 팬데믹과 죽음, 그리고 우리로 이어질 대화는 “그래도 살아가야지”라는 결론을 내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그 가운데 다크한 마음과 글을 만날 수 있겠지만요.
오늘 운전하고 싶었습니다. 어딘가로 가고 싶었던 저이지만, 어두운 밤 고속도로 위에 쏟아져 내리는 빗속 운전의 어려움이 다시금 떠올라서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이른 봄 쏟아지는 폭우, 너무나 급속도로 변해버린 기후는 위기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고, 그 가운데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는 인간이 됨을 느낍니다.
포스트모더니티는 다른 곳에 존재함이 아니라 지금 여기, 삶의 자리를 살아가는 저에게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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