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5

순박한 마음

순박한 마음 귀스타브 플로베르 (서울: 민음사, 2017) 표지의 색감과 디자인부터 왠지 나를 붙잡았던 책. 노은동 동네 책방, 에서 발견하고 여러 번 만졌지만 참아냈던 책. 결국에는 점심시간에 읽으려고 구매하고 이제야 읽은 책. 왠지 모를 불란서에 대한 적당한(?) 거리감 때문인지 그 나라 작가의 책을 읽기를 좋아하진 않았다. 그래도 결국 텍스트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니까 읽게 되고 읽었던 문장이 나를 또 만들어간다. 단편소설 세 편이 담겨 있는 얇은 책. 작가에 대해서 검색해보면 나오는 사실주의 전문가의 스멜. 작가의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꾸미지 않은 문장과의 만남은 읽는 속도를 천천히 느긋하게 만든다. 자동차로 드라이브하듯 빠르게 지나가면 느끼지 못할 풍광을 만나게 해주는 걷는 속도와 같은 ..

시, 소설, 산문 2023.10.15

누의 자리

누의 자리 이주혜 지음 (파주: 자음과모음, 2023) 삶의 자리를 지켜내려고 분주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언저리 어딘가에 나도 포함된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밤이 가져오는 적막함을 느끼는 직장인이자 한 사람. 그리고 그의 자리도 결국에는 누군가의 자리로 바뀌게 되고. 책의 제목이 되는 는 ‘누구’를 말한다고 한다. 과거에는 통용되었던 단어가 시나브로 보이질 않게 되어 버린, 빈자리라고 할까. 비워짐을 당했거나 아니면 스스로 물러났거나. 계속 부재할 수 없으므로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다만 그 자리의 아픔과 고통을, 무게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이주혜 작가의 단편 소설 3편과 에세이 1편이 담겨 있는 이 책은 회색빛 혹은 잿빛처럼 양장이 감싸고 있다. 그 이유는 이야기를..

시, 소설, 산문 2023.07.29

가꾸는 이의 즐거움

가꾸는 이의 즐거움 이유리 글 오리여인 그림 (서울: 예스이십사, 2022) 예스24에서 최근담 시리즈로 매월 한 작가, 한 편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벤트를 시작하였네요. 예스 전자책 플랫폼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는 그것도 무료로 (샘플북, 체험판이 아니라) 공개되었습니다. 작가와 알게 되는 시간을 가지도록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하게 됩니다. 이 책은 ‘식물 가꾸기’를 소재로 쓴 것이라 밝힙니다. 젊은 작가답게 싱그러운 표현이라고 소개 페이지에 적혀 있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읽어보니 왠지 모르게 몰입하게 되고 정말 싱그러운 문장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단,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쉬움을 느끼게 되고 작가의 다른 책을 찾게 되는 것은 안 비밀! 식물을 통해서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 아니 좀 더 거대한 ..

시, 소설, 산문 2022.04.19

1944, 테러리스트, 첼로

1944, 테러리스트, 첼로 이숙경 지음 (서울: 테오리아, 2018) 한 작가의 글을 따라가며 읽는다는 것은 그의 문장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래서 그 걸음이 이어진 곳은 두 편의 단편소설이 하나로 되어 나온 이 책이었다. 「유다의 키스」라는 작품과 더불어 책의 제목으로 차용된 「1944, 테러리스트, 첼로」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해설도 들어 있었다. 문학 평론가도 아니거니와 작품에 대한 해설을 먼저 읽게 되면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감정과 사뭇 다르게 다가올지 모르겠다는 나름의 선입견을 갖고 두 편의 글부터 읽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문장을 만나게 되면 몰입하게 된다. 일부러 끊지 않으면 계속 읽고 싶어지니까 기억나는 단어, ‘미각돌기’와 ‘두 주님’이..

시, 소설, 산문 2021.10.03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를 읽고 생각해보다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이태진 조동성 원작 / 김성민 글 (서울: 아이웰콘텐츠, 2009) 삼일절을 즈음으로 하여 역사의식을 고취하고자 어떤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될까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책. 안중근이 이토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 아니라 뒤집어져 있는 제목에 이끌렸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단편소설이라니 더욱 구미가 당긴 것.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의 아들 안중생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실려 있다. 글의 저자들이 밝힌바와 같이 친일파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주게끔 만들려고 저술된 것이 아니라 그 시절 삶을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보여주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 몸을 바쳤던 안중근이 있다면, 그에게 가려져서 자신의 삶을 이루어..

시, 소설, 산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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