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책을 읽는 습관을 길들이기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정말 책이 재밌기에 그랬는지 틈틈이 독서를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어려서 누구나 겪었던 독서 습관 길들이기 프로젝트인 독후감대회를 통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대회에 나가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독서를 완성하곤 ‘~~책을 읽고 난 뒤’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어서 200자 원고지에 어떻게 하면 한가득 내용을 채울 수 있을지(원고지 5매라든지 10매에 맞추려고) 고민하고 써 내려갔던 그 날들이 남아 있는 것일까. 어느덧 나이는 계란 한 판을 채우고도 넘어간 지 좀 되었다.
이런 나에게도 분명히 좋았던 독서의 추억들이 남아 있다. 국민학교 시절(초등학교 아닌 나는 에이징 된 나이는 아니다) 감명 깊게 읽었던 ‘명견 달타냥의 멋진 모험’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그 때에는 내가 알던 수준의 동네보다 더 멀리 신세계를 알아가고 탐험하고 보고 싶었기에 자전거라는 최강의 이동수단을 사용하여 쏘다니던 아이였기에 그랬을까. 지금은 될 수 있으면 집에만 콕 박혀 남아 있고 싶다. 딱히,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다. 난 정말 집이 좋아!
어느덧 유년기와는 다르게 급격히 달라진 신체조건과 더불어서 노래 시리즈라 할 수 있는 ‘칼의 노래’, ‘현의 노래’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김훈 작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새로 나온 작품이 있다면 조금 시간이 흐른 뒤라도 열독하고 있는 팬이 되었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그러나 무언가 애틋함을 갖고 싶었던 시기였기에. 로맨스 작품을 보게 되었다. 영화 ‘연애소설’의 배역을 맡았던 배우 손예진을 닮은 목소리와 느낌의 작문 과목 선생님께 추천받았던 것이 200%의 이유겠지만, 이 책이 나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게 된, 각인케 된 작품일 것이다.
그 작품은 바로 양귀자 작가의 ‘천년의 사랑’이었다. 동일한 제목을 가진 노래가 남자들에게 불멸의 애창곡이 되어버린 것처럼, 이 소설도 불멸하기를 바래본다. 남녀 간의 사랑이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를 믿을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는 지금이지만 사랑은 참 위대하다. 나름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사랑이란 단어를 평생에 담아두도록 만든 신호탄과 같았으니까 말이다. 대중가요 대다수의 주제가 되는 사랑, 대체 사랑이 뭔지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 ‘사랑’이라는 거 참 어려운데 말이다.
불멸하면 이순신이 떠오르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떠오른다. 그리곤 간혹 검색해본다. 아직도 이 책이 판매되고 있을까. 절판되진 않았을까. 젊은이들의 입맛에는 맞는 소설로 남을 수 있을까. 그저 올드 보이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과거의 영광이 되진 않을까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100년을 살아내기도 힘든 인간이기에 10년을 연애하기도 힘든 요즘의 사람들에게 천년의 사랑을 말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이야길까. 세월이 흐르면 사랑조차 잊힌다고 말하는데 그 순간의 설렘을 간직할 수 있을까.
전생을 이야기하는 세계관을 따르지 않는 직선적인 세계관을 갖는 나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억하고 사랑한다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껴본다. 정말 억겁의 세월이 흐를지라도 바라고 원한다는 것은 어쩌면 신에게만 허락된 일과 같을 텐데 눈물겹다. 그리고 지금도 그 장면들이 생각나는 것 같다. 그 도서실(도서관이 아니라)에서 대출받아 읽게 되었던 그 책은 이제 노란 빛을 보이거나 너무 많은 손때가 묻었을 것이다. 혹은 폐기 처리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문장과 글들은 종이가 아닌 나에게 각인된 것이기에 감사하다.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남게 된 것은 사랑이니까. 정말 사랑만이 남는다.
세월하면 떠오르는 그들도 기억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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