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글들
고요한 읽기
읽고쓰고나누고
2025. 6. 27. 02:16
고요한 읽기 이승우 지음 (파주: 문학동네, 2024)
책을 읽는 데 오래 걸렸다. 분명, 에세이인데 오래 걸렸다. 저자 특유의 밀도 있는 글쓰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글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촘촘한 인용과 저자의 사유가 담긴 글이 좋았다. 심지어 보통의 신앙인보다 더 나은 성경 구절 및 내용의 인용도 일품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고요한 시간 속에서 읽고 싶었다.
다양한 읽기 속에서 좋은 재료를 고르듯, 문장을 골라서, 자신의 머릿속에 보관한 작가의 글쓰기. 사랑에 관한 내용조차 둘레길을 걷듯 떠올리는 게 아니라 직시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서글퍼지지 않는 지금 이곳에서의 삶 이야기도 좋았고.
그래서일까. 저자가 쓴 책과 인용된 책이 생각난다. 독서를 이어가게 만드는 책이 참 좋은 책인데. 그 어려운 걸 저자가 해낸다. 왜냐하면,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많은 것을 바꾼다. 104쪽
더더욱 독서의 시간과 공간으로 안내하는 글을 만나길 바라며.

교회 다니는 젊은 친구들을 위한 저자의 팩폭 하나 더 옮겨 본다. 3번 읽어보길 권한다.
카페에 마주앉아 있지만 각자 다른 사이트에 접속해 있는 연인과 예배당에 앉아 있는 신자의 상태가 유사할 수 있다. 카페에 마주앉은 남녀가 실제로 어디에 접속해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물리적으로 예배당에 앉아 있는 사람 역시 실제로 누구와 만나고 있는지 말할 수 없다. 누구를 예배하는지 말할 수 없다. 181~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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