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들

아라비아로 간 바울

읽고쓰고나누고 2025. 6. 15. 01:33

아라비아로 간 바울 벤 위더링턴 3세, 제이슨 A. 마이어스 지음 오현미 옮김 (고양: 북오븐, 2025)

 

역사의 등장인물의 모든 걸 알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기록된 행간 사이의 공간을 채워 넣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더더욱 그(녀)가 유명인이라면 말이다. 기독교 제2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사도 바울의 삶, 그의 이야기는 오로지 청년 시기부터 알 수 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연애는 했었을까, 결혼은 했었나, 몸은 왜 안 좋아졌을까, 얼마나 고된 삶이었을 것인가와 같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청년기 이전까지의 행적 중에서 알 수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성경에 기록된 가말리엘 문하생이었다는 것과 그가 뛰어난 가죽 기술을 보유했다고 보아 장인에게 기술을 배웠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이에 멈추지 않고 더욱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신약학을 전공한 사람이면서 세부 전공으로 바울신학을 한 분들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벤 위더링턴 3세와 제이슨 A. 마이어스의 내러티브는 조금 더 명료하게 글을 쓴 것이리라 생각해 본다.

 

이번에 읽어본 책은 특별히, 그 가운데에서도 바울의 공백기, 사울에서 바울이 되어 무브먼트를 보이기 전까지의 약 14년간을 다루고 있다. 사도행전의 마지막 장 마지막 절에서 다루는 것처럼, 멋진 모습의 사도 바울이 아니라 아직 모든 게 명료하지 않던 시절의 사울 이야기로.

 

책은 엄청나게 많은 챕터(34개)로 나뉘어 있다. 거기에 더하여서 ‘자세히 들여다보기’에 좋은 글들이 정말 많이 삽입되어 있다. 다소 이야기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을 분량이지만, 당시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전달해야만 할 내용임을 알기에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내러티브를 좋아하는 분들이면 일단 간주 점프하듯, 건너서 읽으면 좋을 듯싶다. 후에, ‘자세히 들여다보기 목록’을 통해서 하나씩 관심 가는 부분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까.

 

돌아보면, 벤 위더링턴 3세의 또 다른 작품인 『고린도에서 보낸 일주일』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글쓰기와 편집본을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서가 같은 출판사는 아니지만 저자와 역자가 같고, 한국어판 편집은 왠지 같은 분이 하시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적인 느낌.

 

소설적 연출과 이야기의 흐름은 재미를 더한다. 다만, 엄청나게 파격적인 형태의 문장 구사는 아니니까 불경스러움을 경험하진 않는다. 걱정 말고 읽으시면 된다. 사서 보라. 아니면,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라.

 

참, 삽화가 많으니 분명히, e북으로 만나면 컬러풀한 페이지가 반겨줄 예정이다.

 

균형감 있는 표지 디자인

 


 

더하여, 글 잘 굽는 출판사의 작품이라 그런지 ‘히스토리컬 픽션 시리즈’가 이어지는 배경의 확장이 좋았다. 유대에서 로마로, 다시금 아라비아로 나아가는 공간적 흐름과 시간적 흐름이 세계관 확장의 느낌이랄까(앞선 시리즈의 책도 보시면 좋겠단 의미.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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