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들

천국과 지옥의 이혼

읽고쓰고나누고 2025. 6. 8. 16:25

천국과 지옥의 이혼 C. S. 루이스 지음 김선형 옮김 (서울: 홍성사, 2019)

 

오늘은 뭐 읽어야 하나 고민하지 않게 항상 책상 옆에 쌓아두고 있는 책 탑은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독서의 여정은 끝나지 않으니 계속 함께 하라고 날 반긴다. 그래서 가장 위에서 기다리던 책을 읽는다.

 

집에서 읽다가 때가 되어 교회를 가고 다시금 카페에서 펼쳐보는 책의 겉표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레이 톤의 조각상 남자(로 추정되는 인물)가 혓바닥을 끝까지 내밀고 있다(그래봤자 네가 아인슈타인만큼 코믹스러움을 주진 않지만). 마치, 스올에서 물을 찍어 자기 혓바닥에 놓아주길 기다렸던 부자처럼, 커피잔의 커피 한 방울이라도 먹고 싶다는 듯이.

 

 

커피를 바라고 원하는 그와 함께

 

 

제목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원제에도 있는 ‘이혼’(divorce)이라는 의미가 주는 것들. 나뉘어 있다고 생각했던 곳이 이제야 갈라선 것일까.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로 읽어지는 <천국과 지옥의 이혼>이라서.

 

얇다면 얇은 책등 사이즈가 주는 편안함과 루이스 특유의 문장은 일부러 끊어 읽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분량의 글이었다. 그래서 더 나누어 읽고, 천천히 보았다. 나니아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 세상을 문장으로 그려냈기에, 흥미로움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이야기의 결말은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처럼, 비비드하게 끝나서 좋았다(그래서 더더욱 스포할 수 없으니 직접 보시는 것을 권하여 드림을 적어봅니다). 인생의 끝도 강렬하니까. 그렇다고 중간의 삶을 추구하는 이를 뭐라고 하는 책이 아님을 유의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초판본이며 저자가 서명한 판본들은 모두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그 책들을 읽을 능력을 상실한 서적 애호가를 본 적이 있지 않나? 94쪽

 

책에서 만났던 정신 번쩍 문장, 책등만 바라보는 소장파(아니, 애장파라 쓰고 싶은)에게 노력하라는 글로 읽어졌다. 아아, 책은 펼쳐봐야 하는 대상이다. 바라볼 대상이 아니고.

 

<모든 포스팅,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