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으로 살아가기
여백으로 살아가기 김선영 지음 (서울: 세움북스, 2025)
누구나 살아가면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인생이길 바라지만, 현실은 조연이 많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엑스트라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센터의 삶이 아니라 주변부의 삶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초딩 때에는 명문대 당연히 입학 가능이라 생각했는데 고3이 되니 어디라도 입학만 할 수 있다면 생각하게 되는 인생이 될지도요. 아니, 학교 졸업만 해도 좋겠다 싶은 상황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고 싶은 존재가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씩 깨닫고 살아가고 존재하는 어른이 되기까지 시간이 매우 걸리지만요. 꿈 많던 소녀/소년에서 반찬 떨이하는 아줌마, 어디서 무얼 먹어서 그런 건지 싶은 배 나온 아저씨가 현실적인 모습입니다(제발 SNS의 멋진 언니 오빠에게 속지 말라!).
피지컬은 체력의 한계로 텐션 업이 되질 않더라도, 멘탈은 다르더랍니다. 문장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은 에이징 될수록 더 좋습니다. 마치, 인생의 굴곡을 가져야만 만날 수 있는 문장력이요. 이번에 읽어봤던 저자의 글 또한 그랬습니다. 여성만의 섬세함, 일상에서 포착하는 찰나의 순간을 여러 장의 스냅처럼 남깁니다.
특히, 나와는 다른 결을 가진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랄까요. 인생은 고기로부터 시작해서 고기로 끝난다고 믿는 전형적인 K-아재의 맛 정의와 다르게 푸르디푸른 풀밭 맑은 초장 같은 쌈채소와 쌈장 하나면 밥 한 그릇 뚝딱 가능한 분이라니요. 글을 읽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그녀는, 전업 주부이자 해외주재원의 아내로서 코로나19 시절에는 중국에 계셨던 것으로 읽어졌습니다. 더더욱 필자와 다르게, 엄청난 음식의 내공을 가진 열정 만수르 주부시고요.
그래도 인생이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고 외치고 싶지만, 막히는 순간순간마다 그저 멈추고 힘들어하고 슬퍼하는 게 아닌, 가족과 사랑으로 이겨 내는 모습이 참 멋지고 부럽고 그랬습니다.
신앙과 삶과 생활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순간마다, 담백하고도 좋은 문장으로 남기는 저자의 모습 또한 좋았습니다. 과연, 나는 삶의 순간마다 떠오르는 성찰을 글로 남겨 둘 수 있는 생활 영성의 소유자 로렌스 형제가 될 수 있을까 싶어집니다.
영성이란 일상이 반복될 때 피어나는 꽃이다. 92쪽
주부로서의 삶(1장), 맛잘알 전문가(2장), 관식이와 애순의 딸 같은 그녀(3장), 여행을 통해 바라보는 노마드적 삶(4장)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글은 섬세하면서도 여백이 느껴진달까요. 사이사이마다 담긴 신앙의 고백까지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나를 통해서 여백을 느낄 수 있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왜냐하면,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은 채움에 있는 게 아니라 비움에 있으니까요.
의도치 않은 현장에서의 선물 당첨으로 인하여 작가님께 더더욱 감사의 마음을 적어봅니다.
<모든 포스팅,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