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다이어리
산티아고 다이어리 김재흥 지음 (서울: 옐로브릭, 2024)
한동안 많이 걷고 싶었다. 그러다가 업무 때문에, 패시브 스킬로 많이 걸어서인지 조금은 천천히 걷고 싶었다. 그래도 한번은 꼭 걷고 싶은 길이 있다.
인생은 순례자와 같은 삶임을 알기에, 산티아고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 않을까. 건강이나 시간과 같은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만 갈 수 있는 곳이기에 더더욱 가고 싶고 가고 싶다.
저자인 김재흥 목사님은 정말 딱 알맞은 시기에 알맞은 자유를 얻어서 떠나셨다. 40일간의 산티아고를 향한 발걸음은 의도한 대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인생과 같기에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는 그 걸음이 아름다워 보였다.
멀리서 보면 희곡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 되는 삶. 걷는 도중에 마주하게 되는 여러 트러블은 결코 쉬운 부분이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무수한 어려움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렇기에 걸어가면서, 살아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이들과 가능하면 가능한 대로 친하게 지내야 함을 느낀다. 길동무에게 필요한 것은 행복한 미소와 대화일 테니까.
책에서 인용되는 윤동주 시인의 시, <별 헤는 밤>을 시집에서 만나기보다 ‘한컴타자연습’에서 먼저 만났던 사람이지만, 다시금 글로 만나니 반가웠고, 그려지는 시의 문장이 삶의 문장으로 나타나서 부러워지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다음 문장이 더더욱 산티아고로 부르는 것처럼 읽어졌다.
소리보다 냄새가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 사람에 대한 기억도 그럴까?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어도 그 존재의 향이 느껴지는, 그리워지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105쪽
살아가며, 사랑하며, 마주하는 아름다운 얼굴들을 기억하도록 써 내려간 이야기였다.
덧붙이며: 글과 함께 담긴 산티아고 순례길의 사진은 떠나고 싶게 만든다.
<모든 포스팅,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